대기업 간부를 사칭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퇴근을 하던 직장인 김모(30)씨에게 중년 남성 2명이 다가왔다. 이들은 '롯데건설 부산지부 김주성 부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며 "시화공단 공사 때문에 서울에 왔는데 교통사고가 나 상대방 차 수리비를 내느라 돈을 다 썼다. 타고 온 법인차 수리 비용 58만원을 빌려주면 내일 부산에 가서 바로 갚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신원을 바로 확인해줬다. 술에 취한 중년 남성들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현금인출기에서 65만원을 출금해 건넸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그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김 부장'에게 당한 이는 김씨만이 아니었다. 충정로 부근에서 같은 명함을 가진 사람에게 80만원을, 뚝섬유원지역에서 12만원을 사기 당했다는 글이 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다. 롯데건설 측은 "회사에 김주성이라는 부장은 없다"며 "이전에도 유사한 사칭 사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기업 경제연구소 고위임원이라고 속여 일자리 로비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아 가로챈 50대 남성은 벌금형을 받았다. 택시기사 임모(55)씨는 2006년 6월 인터넷 음악방송 동호회에서 알게 된 양모씨에게 삼성경제연구소 박모 이사라고 신분을 속였고 이후 양씨와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양씨가 2008년 5월 조카 김모(27)씨의 일자리를 부탁하자 임씨는 "사무실 여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고 자리를 주기 위해 전무 등에게 선물 비용이 필요하다"며 55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적발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부는 31일 "피고인이 김씨를 적극적으로 속이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