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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닥터 지바고' 세련된 음악과 무대미학 빛나… 방대한 원작 탓 극적 재미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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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닥터 지바고' 세련된 음악과 무대미학 빛나… 방대한 원작 탓 극적 재미 반감

입력
2012.01.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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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섯 남녀가 있다. 그들의 엇갈린 불안한 관계처럼 무대는 뒤로 갈수록 높게 경사져 있다. 라라(전미도, 김지우)를 사랑하는 세 남자 유리 지바고(홍광호)와 스트렐니코프(강필석), 코마로프스키(서영주), 그리고 유리를 사랑하는 두 여자 라라와 토냐(최현주)는 각기 다른 공간에 있다. 이들을 한 무대로 불러 모은 것은 상대를 향한 애틋함. 시적인 가사로 노래하는 'Love Finds You'라는 오중창이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강렬함보다는 서정성으로, 격변의 시대 배경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방점을 찍어 접근한 새로운 버전의 '닥터 지바고'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 소설과 오마 샤리프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닥터 지바고'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한국, 호주, 미국 프로듀서의 공동 프로젝트로 지난해 호주에서 첫 선을 보였다.

27일 개막한 한국 배우들의 '닥터 지바고'는 우선 몇 가지 장점이 눈에 띈다.

가장 큰 특징은 무대미학이다. 경사진 무대와 바닥의 격자무늬 때문에 무대는 실제보다 훨씬 더 깊어 보인다. 그 덕에 40여 년에 걸쳐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동일한 무대 공간에서 이뤄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조명은 단순한 도구 이상이다. 450여 개의 고정 조명은 섬세한 변화를 가능케 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공간이 금세 전쟁터로, 병원으로 달리 보일 수 있던 데에는 조명의 힘이 크다.

음악도 인상적이다. 우유부단한 지바고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시를 사랑했던 것처럼 각 캐릭터의 주요 삽입곡은 각각이 한 편의 시처럼 표현됐다. 'Now' 'On The Edge of Time' 등은 멜로디도 중독성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세련된 무대미학과 음악이 상업 뮤지컬의 흥행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관건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원작의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또 이야기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주인공 다섯 명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특징적인 장면만 뽑아내는 데만도 숨이 가빠 "속도감 있게 전개하지만 지루하다"는 관람 후기가 나온다. 전반부는 다소 밋밋하고 극적인 재미는 유리와 라라의 사랑이 본격화되는 2막에 가서야 살아난다.

음악보다 드라마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원작 소설이나 영화를 미리 보고 공연장을 찾는 게 좋겠다. 동일한 장면이 장르별로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해 3시간(쉬는 시간 포함)의 러닝타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6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1588-5212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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