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최대 규모의 국제 실내악 음악제 '카잘스 페스티벌'이 '카잘스 페스티벌 인 코리아 2012'라는 이름으로 회갑연을 한국에서 갖는다. 고전ㆍ낭만ㆍ현대의 실내악 명곡은 물론 국내 작품까지, 심오한 음의 세계가 단순한 악기 구성으로 더욱 빛난다. 실내악 음악제로는 최고라는 정평에, 실황 음반이 마니아들의 수집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이 행사의 국내 유치가 앞으로 문화계에 끼칠 파장이 기대된다.
이 축제에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드뷔시, 슈만 등 거장들이 남긴 명곡에 국내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이 합세한다. 아이작 스턴, 자클린느 뒤프레, 바렌보임, 백건우 등 거장들의 참여로 빛나는 이 행사는 한국으로 오면서 작곡가 류재준씨를 공동 음악감독으로 위촉, 행사 제목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또 한 사람은 프랑스의 클라리넷 거장인 미셸 레티엑.
"16년째 친분을 쌓아오고 있는 예술감독이 카잘스의 60주년 행사를 한국서 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어요." 김소옥, 박지윤, 박종화 등 지난해 이 축제에 출연한 한국측 연주자들의 연주가 주최측에 깊은 인상을 심은 결과라고 류씨는 말했다. "한국이 세계 클래식계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 각광 받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3년 전부터 행사 유치를 애써 온 도쿄, 베이징을 물리치고 한국이 선정된 데에는 음악 시장으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좋은 연주에는 즉각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한국 특유의 관람 문화도 한몫 했다. 감정적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는 일본, 클래식 공연 중에도 휴대폰을 받는 등 비상식적 관람 관행이 여전한 중국 등 인접 국가들 특유의 문화를 주최측이 이미 경험한 것이 결과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축제 무대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대가들과 나란히 오른다. 첫 날인 2월 27일(진주 경남문화회관) 공연에선 진규영씨의 '클라리넷 트리오'가, 28일(울산 현대예술관)에는 류재준씨의 트리오 작품 '초여름'이, 29일(의정부 예술의전당)엔 이신우씨의 클라리넷 5중주 '비가(Lament)'가 연주된다. 3월 1일 서울 공연에선 이씨의 작품이 슈베르트, 슈만, 거슈인 등 외국 작곡가의 작품과 함께 연주된다.
이신우 서울대 음대 교수의 작품은 2010년 서울국제음악제 위촉으로 작곡된 협주곡의 연장이다. 대편성곡을 압축해 또 다른 버전으로 만든 그는 "작품을 다듬는 데까지 관심을 기울여준 주최측에 감사한다"며 "작품 위촉뿐 아니라 함께 토의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집행부의 노력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주죄측은 이번 방한 행사에서 SNS를 통해 리허설 장면, 음원 미리 듣기, 관련 에피소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어릴 적부터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란 유럽 거장들의 실연은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다. 미셸 레티엑을 비롯해 제라르 풀레(바이올린), 아르토 노라스(첼로), 하르헤무트 로드(비올라) 등 유럽측 참가자들이 백주영(바이올린), 김소옥(바이올린), 송영훈(첼로), 박종화(피아노) 등 한국의 신진과 함께한다. (031)711-417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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