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탄 연구 성과를 보면 그 뿌리가 대개 30, 40대 신진 과학자 시절에 했던 도전적인 연구와 맞닿아있어요. 다소 위험부담이 있지만 한국도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가 풍성해져야 해요. 그래야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이승종(60) 한국연구재단 신임 이사장은 31일 "'성실실패' 용인 제도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한국형 그랜트(지원금)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열심히 연구했지만 성과는 내지 못한 '성실실패'를 인정해 과학기술계의 도전 정신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성실실패 이유를 모아 모든 과학자가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도 만들 계획이다.
모험과 도전, 혁신을 강조하는 그의 생각은 도입 예정인 '한국형 그랜트 제도'에서도 묻어난다. 재단은 8,000~9,000건의 과제를 수행할 1만여명의 과학자에게 3년간 매년 5,0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인데, 이전과는 달리 결과 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 창의적인 연구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묻지마 지원'은 아니다. 이 이사장은 "해당 과학자가 다음 번 연구제안서를 낼 때 그랜트 제도 지원으로 어떤 연구를 했는지 쓰게 해 도덕적 해이를 막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6일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연구재단의 제자리 잡기를 혁신적인 제도 도입과 개선에서 찾는 듯 다양한 구상도 내놨다. 연구재단은 한국과학재단, 한국과학기술협력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등 3개 기관이 합쳐져 2009년 6월 출범했다. 그러나 이사장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벌써 두 번이나 바뀌면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예산은 3조 517억원이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조직을 개편해 연구재단 안에 기초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한데 어울러 지원하는 가칭 '융합연구단'을 만들 방침이다. 또 대학에서 나온 우수한 연구 성과가 대학 커리큘럼에 반영돼 교육에 재투자되도록 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제가 공학자거든요. 공학한 사람은 그때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답을 찾는 훈련을 계속 받아요. 급속도로 변하는 주변 환경을 헤쳐 나가는데 제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8년 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대 연구부총장직을 맡았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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