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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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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입력
2012.01.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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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거대 담론을 놓고논란이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워크셰어링'개념을 언급하자마자 정부는 휴일 근무를 연장 근로시간에 포함시켜 주당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장시간 근로로 인한 폐해를 줄일 것이고,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시간에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은 노동시장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자체엔 찬성하지만 임금 삭감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늘리기 방안에 그치지 말고 무제한 연장근무에 시달리는 운수업 등 노동계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계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노동계는 임금보전의 덫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임금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만들자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 임금 유지하며 일자리 창출은 모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고용노동부의 결의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에는 근로감독을 통해 완성차업체 노동시간 단축을 압박하더니 올해는 아예 제도 정비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권말기 '녹슨 칼'을 예상한 기업들은 물론 노동계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질 정도다.

국내 장시간 노동현실은 사실 사용자와 노동조합(노동자), 그리고 정부 합작품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비용을 줄이려는 회사와 임금총액을 높이려는 노조가 장시간 노동에 합의한 가운데 정부 또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법 위반을 묵인하고 때로는 조장해왔다. 이러한 3각 동맹을 정부가 깨고 나섰다. 그 밑바닥에는 벽에 부딪친 일자리 만들기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물론 임기를 1년 밖에 남겨두지 않은 정부로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고 나아가 다음 정부로 이어질 정책의 징검다리를 놓았다고는 할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이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의 선도자'인 노조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노조 반응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원칙적으로 노동부 조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노동부 조치를 이렇게 떨떠름해하는 이면에는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삭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가 임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노조 주장에 따르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조치는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인 테두리로 끌고 오는 데 불과하다. 불법조치를 바로 잡으면서 '불법 체제'에서 번 돈을 보전해 달랜다면, 이는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니 보따리 내노라는 격이다. 이는 경기불황에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주 40시간 미만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이루어지는 임금보전과는 결이 다르다. '과로 대한민국'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이미 그 자체로 보상의미를 띠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사회연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임금보전은 일자리 만들기를 결정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기 임금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자는 주장은 자기희생이 빠진 사회연대이며, 이는 형용모순에 해당된다. 독일 금속노조가 일자리 연대를 제안하면서 임금 동결을 우선적으로 내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임금보전은 다른 방식으로 강구돼야 한다. 최저임금을 높인다든지 사회임금(사회안전망) 확대, 그리고 신규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뽑는 것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하청관계에 종속돼 있는 중소영세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위해선 약탈적인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는 일도 포함된다. 작업장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배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 노조로서는 해마다 벌어지는 임금교섭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간 장시간 노동에 편승해 온 노조로서 중요한 일은 노동시간 단축을 실질적인 자기의제로 받아 안는 일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일이 아니라, 노동부가 '꼼수'를 털고 진정으로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이 아니라 행정해석을, 그것도 곧바로 시정하라고 압박해야 한다.

조속한 입법을 통해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이거나 폐지하기를 요구하고 정당들 협조도 구해야 한다. 노동부 근로감독에 앞서 노조 스스로가 자율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해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을 개선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실현하는 일은 제 앞가림에 해당된다.

거듭 말하건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조활동은 노조의 자기희생에서 비롯된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운동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라면 기득권 지키기에서 그러한 변화는 싹트지 않는다. 노동조합으로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노동운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다.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 선거 의식한 정책으로 의심되지만…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를 법적으로 정해진 주당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청와대도 법개정에 앞서 행정지침을 바꿔 '근로시간 줄이기'를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줄여 신규 고용창출을 유도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이다.

그 동안 대기업 근로자들은 휴일특근을 통해 평일 근무대비 시간당 임금의 150~300% 가량 높은 임금을 받아왔다. 이에 더 높은 임금을 받으려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같은 일감을 휴일특근으로 처리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방안이 시행되면 대기업은 호황일 때 일감이 늘어 노동수요가 늘어나도 더 이상 기존근로자 휴일근로를 늘릴 수 없다. 결국 신규근로자를 채용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또 국내 노동시장에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거란 게 정부 주장이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존근로자들 연장근로나 휴일근무에 비해 신규채용은 모집, 선발, 초기 훈련 등에 많은 고정비용이 들어 전체적인 노동비용이 증가한다. 또 노동유연성 부족으로 호황 때 늘린 채용인원을 경기악화 때 해고하려 해도 쉽지 않다. 대기업들은 이런 이유로 정부 계획이 산업현장에 충격을 주는 급진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계획을 시행하더라도 근로자들 임금삭감이 선결사항이라며 정부 방안에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동안 휴일특근을 통해 더 높은 임금을 챙겼던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나, 이들을 대변하는 기업노조도 대기업 사측과 이유는 다르지만 정부 계획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같다. 이들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은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휴일특근을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에 포함시키면 휴일특근이 일정부분 줄어 결국 자신들 임금이 삭감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등도 기업별 노조가 강력한 재력과 영향력을 가진 만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라는 정부 방안에 적극적인 찬성만은 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 결국 재계와 노동계는 유보적인 반대입장을 취하면서 정부 방안을 수용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 정권의 일관된 노동정책 방향은 보수성이 강했다.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충분한 이해, 고려보다는 고집스럽게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집행해왔다. 지금까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임금지급 전임자 수 삭감,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이나 고용관행의 후퇴요구, 은행의 초임근로자 임금삭감 등이 그 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노동정책 노선을 바꾼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장시간 근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전 노동정책과 다른 정책을 내놓은 이면에는 올해 동시 열리는 총선과 대선에서 인기가 크게 떨어진 정권을 구해보겠다는 정책관료들의 졸속적인 정책이라는 판단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특히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일자리 늘리기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을 보면, 이 목표는 정부 정책을 통해서 달성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노사관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사회민주주의적 이념을 가진 산업이나 지역 혹은 전국수준 노조가 전체 근로자들 관점에서 고용창출을 목표로 근로시간단축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요구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국내 거대노조가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할 능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번 정부 방안은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특히 그 효과를 좌우할 다른 사회주체인 대기업도 정부 계획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용두사미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진정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문제 해결에 의지를 가졌다면, 무제한 연장근무에 시달리는 운수ㆍ통신업 등 서비스업의 장시간 근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들보다 임금수준도 훨씬 낮고 장시간 근로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 그룹은 따로 존재한다.

결국 근로시간단축은 휴일특근을 하는 최근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란 때문에 명분이 잘 드러나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한쪽에 치우친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 말고 다른 분야도 아우르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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