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키는 남성 161cm, 여성 149cm 정도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의대 해부학교실 황영일, 신동훈 교수팀은 "15~19세기 조선시대 남성 67명, 여성 49명의 유골에서 채취한 넙다리뼈(대퇴골)를 이용해 평균 키를 추정한 결과 남성은 161.1(±5.6)cm, 여성은 148.9(±4.6)cm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2010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발표한 한국인 평균 키(남자 174cm, 여자 160.5cm)에 비해 각각 12.9cm, 11.6cm 작은 수치다. 조선시대 이전 우리 조상의 평균 키를 추정한 연구는 처음이다.
연구팀은 전국 각지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회곽묘에서 현재 후손이 없는 유골 중 형태가 온전한 넙다리뼈를 골라내 길이를 쟀다. 이 값을 넙다리뼈가 전체 키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는 공식에 적용해 평균 신장을 추정했다. 황 교수는 "넙다리뼈 길이와 전체 키의 비율은 인구집단이나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계산 공식도 여러 가지"라며 "그 중 1961년 일본에서 20세기초 일본인을 대상으로 만든 공식이 가장 타당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연구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 발표된 일본의 한 고고학 연구논문에 따르면 에도시대(1603~1867년)와 메이지시대(1868~1912년) 남성의 평균 키는 각각 155.1~156.5cm, 154.7cm로 추정됐다. 비교하면 조선의 남성이 비슷한 시기 일본 남성보다 5~6cm 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을 '키가 작다'는 뜻에서 '왜(倭)'라고 부른 것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비슷한 시기 서구인들보다는 훨씬 작았다. 각국에서 1900~2000년대 발표된 논문들에 따르면 스웨덴 남성의 평균 키는 169.6~172.2cm(14~17세기), 영국 164.3~168.1cm(12~18세기), 네덜란드 166.7~170.6cm(1275~1828년), 독일 169.5cm(16~18세기), 포르투갈 165.7cm(15~19세기), 미국 169.6~173.4cm(1664~1879년)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 결과 조선인의 평균 키는 건국 초기인 15세초부터 구한말인 19세기말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20세기 초반부터 키가 커졌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서구에서 19세기 산업화와 맞물려 18세기 중반~19세기 초에 신장이 커진 것과 대비된다. 연구팀은 조선이 19세기 말에야 비로소 근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1960년대 들어 산업화가 본격화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황 교수는 "조선인보다 작았던 일본인은 키가 크기 시작한 시점이 우리보다 50년 정도 빠르다"며 "이 역시 근대화, 산업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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