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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36세 안정환, 25년 축구화를 벗다/ "마음은 2002년, 몸은 2012년…그래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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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36세 안정환, 25년 축구화를 벗다/ "마음은 2002년, 몸은 2012년…그래서 떠납니다"

입력
2012.01.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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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은 쉽지 않았다. 할 말이 많았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선수로서 마지막 모습을'쿨'하게 남기고 싶었지만 결국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안정환(36)이 31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25년 동안 정들었던 그라운드에 눈물로 작별을 고했다.

안정환은 수려한 외모와 감각적인 골 결정력으로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로 군림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내 이혜원씨와 '스타 커플'로 유명세도 탔다.'테리우스','반지의 제왕' 이란 별명을 팬들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놓았다.

그러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자리에선 여리기만 했다. 준비한 고별인사를 꺼내자마자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쏟아지는 눈물 탓에 뚝뚝 말문도 막혔다. 힘들었던 해외 리그, 굴곡 많은 선수 생활을 함께 해준 아내를 언급할 때마다 시나브로 울었다.

안정환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자신했지만 나도 모르게 나왔다. 기쁨의 눈물일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눈물이다.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지만 아쉬울 때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꼽았다."마음은 2002년인데 몸은 2012년"이라는 말로 전성기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 은퇴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으로부터 입단을 제의 받았지만 이런 이유로 고사했다고 밝혔다.

안정환의 축구 인생은 화려했지만 그늘도 많았다. "힘들었던 학창 시절이 안정환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적할 때마다 돈의 유혹을 많이 받았고 '자꾸 팀을 옮긴다'는 비난을 받아 힘들었다"고 말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블랙번(잉글랜드) 이적이 성사 직전에 좌절됐던 때를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계약서를 아직도 갖고 있다. 인생을 바꿀 수도 있었던 종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밝혔다.

안정환은 스스로 '그릇이 아니다'는 이유로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공헌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쿠웨이트와의 '벼랑 끝 승부'를 앞둔 대표팀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은퇴 경기까지 고사했다.

"좋은 일, 나쁜 일이 모두 많았고 이슈도 많이 만들었다. '발자취'랄 것까지는 없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안정환은 25년의 축구 인생을 '쿨'하게 정리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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