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간판이자 캐나다의 국민 스타인 시드니 크로스비(25ㆍ피츠버그 펭귄스)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크로스비는 웨인 그레츠키, 마리오 르뮤 이후 적통을 찾지 못했던 NHL 슈퍼스타 계보의 후계자다. 그러나 크로스비는'빙판의 황제'라는 수식어 대신 '비운의 천재'라는 호칭으로 기억될 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크로스비는 뇌진탕으로 10개월여간 결장한 끝에 지난해 11월 빙판에 복귀, 8경기에서 2골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난 달 6일(한국시간) 보스턴 브루인스전에서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얼굴을 얻어맞은 후 뇌진탕이 재발해 다시 빙판을 떠났다.
크로스비의 복귀 일정은 명확하지 않다. 올 시즌 내 복귀도 불투명하다. 뇌진탕에 더해 목 부상까지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크로스비는 1번과 2번 척추 뼈에 이상이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소속 팀 피츠버그는 "크로스비의 목 부상에 대한 치료는 마무리됐다. 여전히 올 시즌 종료 이전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크로스비가 전성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크로스비의 '천재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0개월여 만에 빙판에 나섰던 지난해 11월 복귀전에서 2골 2도움을 몰아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시종 격렬한 육탄전이 펼쳐지는 NHL 빙판에서 뇌진탕, 목 부상의 전력을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스하키, 특히 NHL의 몸싸움은 살인적이다. 특히 에이스는 상대 육탄 공세의 집중 타깃이 된다. 몸싸움을 두려워해서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 뇌진탕으로 재능을 다 꽃피우지 못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크로스비의 부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선수 가운데 에릭 린드로스(39ㆍ은퇴)가 있다. 193cm의 키에 100kg을 훌쩍 넘는 거구였던 린드로스는 1995년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그레츠키-르뮤로 이어진 슈퍼스타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98년을 시작으로 거듭된 뇌진탕에 시달리며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지 못한 끝에 2007년 은퇴했다.
2007년 경기 중 상대 선수의 악의적인 보디 체킹으로 의식을 잃는 중상을 당했던 파트리스 버저론(보스턴)은 빙판에 다시 서기는 했지만 부상 이전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크로스비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지만 체격 조건(179cm)은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부상 재발의 우려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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