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만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독자신용등급’(Stand-alone rating) 도입이 추진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 계열사는 신용등급 강등 압력이 높아져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31일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평가시장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팀은 2월 9일 공청회를 열고,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대한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듣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는 차원에서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시기와 구체적인 방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자신용등급은 기존 신용등급(ICR)과 함께 표시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모기업의 지원능력을 감안해 등급이 상대적으로 2, 3단계 높았던 대기업 계열사의 등급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대기업의 ICR은 ‘A’인데, 계열사의 독자등급은 ‘BBB’, 심지어 ‘투기등급’으로 매겨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는 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자본조달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독자신용등급 도입이 ‘재벌 때리기’의 금융버전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계열사 신용등급은 그룹 네트워크와 정보공유 능력 등이 반영되는데, 이를 배제해 그룹 계열사가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하면 전후방 기업의 투자와 고용까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기업의 ‘실제 상환능력’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투자자 정보 부족현상이 해결되고, 민간 신용평가 3사의 평가 신뢰도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