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권 주자들이 젭 부시(58)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를 받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부시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직접 전화나 이메일을 하고, 또 찾아가 그를 설득했다. 롬니는 부시를 공동 선거본부장에 임명해 예우하려 했다. 그러나 젭 부시는 모든 제안을 거절한 채 침묵하고 있다. 28일 플로리다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경선 후보들이 그의 ‘히스패닉 리더십 네트워크’에 참석하자 워싱턴으로 피해버렸다. 이미 부재자 투표를 한 그는 31일 플로리다 경선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을 작정이다.
경선 후보들이 부시를 잡으려는 것은 플로리다 경선 승리 이상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롬니로선 부시가 지지하면 깅리치의 추격을 따돌리고 경선을 조기에 끝마칠 수 있다. 대선 본선의 경쟁력도 한층 올라간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부시는 대통령을 두명이나 배출한 명문 가문 출신의 차세대 공화당 지도자다. 더욱이 부인이 멕시코계 혼혈이라서 대선 핵심 변수인 라티노 표심을 움직일 정치인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알파파 클럽 만찬 연설에서 “많은 이들이 젭 부시의 출마를 원하지만, 나는 아니다”고 조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최근까지도 그의 출마에 기대를 걸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까지 나서 “시동생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부추겼으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불출마 선언과 지지후보에 대한 침묵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부시는 CNN 방송에서 “이번 대선이 나이와 여건상 출마의 적기일 수 있지만, 개인과 가족 문제들이 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털어놨다. 형 부시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이 정치행보에 장애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 인사들은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최선책은 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경선에서 발을 빼려는 것은 지지선언이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롬니 지지)와 보수진영(깅리치 지지)으로 양분된 경선 구도상 지지는 어느 한쪽을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tglee@hk.co.k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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