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공직선거법 소위원회를 열어 선거구 획정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당초 국회 자문기구인 선거구 획정위는 용인 수지 등 경기 지역 5곳을 포함해 부산 강원 충남 등 총 8곳의 지역구를 분할하고 서울 2곳과 부산 대구 전남 등 총 5곳의 지역구를 각각 1곳씩 줄이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정개특위 소속 한나라당 주성영, 민주당 박기춘 간사 등은 이날 논의를 거쳐 각당 지도부에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할하고 세종시 지역구를 신설하는 대신 비례대표 3석을 줄이는 내용으로 수정된 잠정 합의안을 보고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 같은 절충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당초 민주당이 주장한 '4+4 획정안'으로 재논의할 것을 지시해 여야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안은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 세종시 외에 경기 용인 기흥도 분구하는 대신 영남 3곳, 호남 1곳의 지역구를 줄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통합진보당의 반발 등을 고려해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셈법이 들어 있다.
영남 3곳의 지역구를 줄이자는 의견에 한나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를 문제삼고 나섰다. 주성영 의원은 "7월1일 세종시 출범 이전에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세종시 지역구 신설에 난색을 표했다.
이 같은 여야 간 무원칙한 선거구 획정 협상 과정을 놓고 '게리맨더링'(유불리에 따른 자의적 선거구 획정)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더구나 총선을 70여일 앞둔 시점까지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결국 졸속 심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3대 1을 넘지 못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남해 하동(10만4,342명)에 비해 용인 기흥(36만7,700명)의 인구가 3.52배 많다. 때문에 특위는 용인 기흥구 동백동(6만5,000명)을 인접 지역구인 용인 처인구로 편입시켜 지역구 분할 없이 총선을 치르는 편법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여야가 분할하기로 합의한 강원 원주시(32만329명)는 용인 기흥에 비해 인구가 적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의 이해 당사자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기 용인 기흥구 분구 지역 출마를 검토했던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선거구 획정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여야의 이해관계로 평등 선거권이 침해 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분구를 주장하는 용인 기흥과 부산 기장군, 충남 천안시 주민들이 국회 소위 회의실로 몰려와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상의 제약을 감안하면 이날 여야가 잠정 합의한 절충안을 토대로 조만간 최종안이 확정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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