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이후 급격하게 요동치던 한반도 정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한을 통치했던 절대적 지도자의 사망으로 인해 6자회담과 남북관계도 안개에 싸였다. 앞으로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에 커다란 파도가 몰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사망한지 두달이 지났지만, 사망과 관련한 정부의 대처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정부는 세 가지의 무(無)를 전 세계적으로 노출시켰는데,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첫 번째는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이 없어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구도 변화와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 입지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의 핵 포기와 관련하여 강경한 태도를 고집했다. 6자회담의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태도였다. 사망 이후의 무지도 개선된 게 전혀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무능이다. 국가정보원과 군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공식발표가 나올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는 대북 정보망과 안보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는 증거다. 북한의 특별방송 예고 후, 민간단체에서만 사망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정부의 분석 능력에 대한 우려만 키웠다. 북한에 대한 정보의 부재는 안보와 직결되기에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세 번째, 중국과의 채널 가동 실패와, 한반도 주변 4강의 적극적 대처국면에서 보여준 현 정부의 무기력이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후 정부는 중국과 정상 간 전화 통화에 실패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정보력과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의 외교력 한계와, 전략적 동반자라는 한-중 관계가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줬다.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에서도 정상 간 핫라인 개설 및 활성화에는 실패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위기에 대한 대처에서도 부실한 부분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주변 4강들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나. 하지만 우리 정부는 냉랭하게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 당국 간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는 행동을 취하는 등 한반도 위기관리 국면에서 주도권도 잃고 방향도 상실했다.
정부는 내적으로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에 대한 인적, 시스템적 쇄신을 하루속히 단행해야 한다.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에서의 허술함은 대북전략국 해체로 휴민트 체제가 붕괴되어 대북 정보 수집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게 정설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전문가들로 정보라인을 교체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청와대 산하의 정보 종합·분석 기구 설립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부활도 검토해야 한다.
외적으로는 국제 공조 강화로 주변 4강들과 북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 발생 시 주도권을 확보해 한반도 정세에서 주체적인 행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대외정책 재검토 측면에서 대미ㆍ대중 전략을 즉각 수정해야 옳다. 정부의 외교 전략은 미국에만 편중되어 있었다. 중국과의 신뢰와 전략적 동반자의 관계 회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 4강과 경제ㆍ안보ㆍ문화적 측면에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더블 헤징(Double Hedging) 전략을 통해 위기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북 기조의 수정도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대화로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화의 창과 논의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강경 일변도 기조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시작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야 할 때다.
박정 중국 국립무한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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