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갈등이 끝없이 이어져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청이 조례의 적용을 위해 서울 초중고교에 학칙개정을 추진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자 교과부가 이를 유보하라는 시정명령을 발동했다. 교육청은 다시 대법원 제소 등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공포 다음 날인 27일 총 4쪽 분량의'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학생 생활지도 안내 자료'를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조례에는 두발ㆍ집회의 자유, 학생 체벌 등 학칙 제ㆍ개정 없이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항목도 있어 2월 개학에 맞춰 학교와 교사의 지도 범위를 안내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학생이 머리 염색이나 파마를 했을 때 위생, 건강, 타인의 인권침해 등 문제를 들어 교사가 상담, 토론 등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날 교과부는 일률적인 학칙개정은 초중등교육법이 보장하는 '학교의 자율성'과 학칙제정권을 현저히 침해, 상위법령에 위반되고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지방자치법(169조 1항)에 따라 대법원에서 조례무효확인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학칙개정 지시를 유보하도록 교육청에 시정명령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조례 자체가 무효인지 유효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현장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개학 후 혼선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2월 7일까지 시정토록 교육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교육청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학칙개정지시를 직권 취소하거나 정지할 방침이다.
교육청은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교과부가 직권 취소를 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인권조례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이미 효력이 발생한 만큼 학칙개정 직권취소 처분이 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대법원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 연휴 샌드위치 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한 곽노현 교육감도 실국장 업무보고에서 "(교과부의 조례무효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은 시대착오적이다. 헌법의 정신과 서울시민의 민의, 교육자치의 정신이 훼손됐다"며 교과부에 정면 대응했다. 그는 또 "학생인권조례는 처벌의 완화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교사의 권리와 학우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더욱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경기도의 김상곤 교육감도 "학생인권보장은 올바른 교육의 첫걸음"이라며 "교과부는 서울학생인권조례 관련 소송을 즉시 취하하라"고 밝혀 곽 교육감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이날 오전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 300여명이 교육청 정문을 막고 시위를 벌여 일부 직원들이 출근을 못하는가 하면 일대 교통이 혼잡을 빚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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