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성은 반성문만 쓰면 끝인데 이것으로 안 된다. 경찰이 개입해야 한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은 한 학생이 30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호소했다. 학교 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없는 점이 2차, 3차 폭력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안양시에 있는 학교 폭력 치유 상담기관인 위(Wee)센터에서 학교 폭력에 노출된 피해ㆍ가해 학생과 학부모, 상담교사들과 1시간여 이야기를 나눴다. 위센터는 상담사, 심리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모여 단위학교에서 치유하기 힘든 폭력 가해 또는 피해 학생과 고충을 겪고 있는 상담교사 등을 상담하고 치유해 주는 기관으로 전국에 126개가 설치돼 있다.
이 자리에서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 폭력의 실상과 대책 방안을 쏟아 냈다. 고3 피해 남학생은 "학교는 일진, 평범한 학생, '찐따'(바보)로 이뤄진 철저한 계급 문화로 소위 잘나가는 애들한테 반항하면 철저히 착취당하는 계급사회"라며 "도움 요청이 알려지면 소외되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알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3 피해 여학생은 "내가 약하고 못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고1 피해 여학생은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모두 일진들과 비슷하게 묘사된다"며 "아이들이 (주인공들처럼) 오토바이를 타며 모방하는데 드라마와 영화의 묘사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1 딸을 피해학생으로 둔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숨기는 것은 학교장이 상부로 질책을 받게 되는 것 때문"이라며 "이런 걸 더 공개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학교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담선생님들은 학교 폭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했다. 한 상담교사는 "가해 학생은 학교 폭력을 저지르고도 학교 며칠 안 나오면 끝이라서 학교의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가해 학생에 대한 제재의 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제일 슬픈 게 인권 조례가 생긴 것"이라며 "체벌이 없어진 게 가장 절망적이고 고통스럽다"고 부연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들의 제안에 대해 "(학교 폭력을) 드러내 놓고 해결하려는 학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은폐하려는 것에 대해선 교원의 4대 비위 중 성적조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성에 대한 문제를 조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하게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학교장은 나쁜 이미지 때문에 감추고 선생님들은 바빠서 피하게 돼 결국 오늘날까지 왔다"며 "당당히 밝히는 교장을 칭찬해줘야 학생들이 (피해사실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단편적인 방법으로는 안되고 한국의 교육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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