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의원 김모(59)씨는 최근 검찰에서 "안병용(54ㆍ구속)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과 함께 전당대회 직전 김 수석이 상근하던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을 찾아가 김 수석의 사무실 책상 위에 있던 돈 봉투를 들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다른 구 의원들과 안 위원장에게서 받은 돈 봉투를 돌려주기로 논의한 뒤, 대하빌딩으로 직접 찾아가 반납했으며 당시 캠프 사무실에는 김 수석과 안 위원장이 함께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에게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다른 4명의 구 의원도 김씨와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김 수석은 그러나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돈 봉투 개입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돈 봉투 살포를 김 수석이 주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꽉 막혀 있던 검찰의 돈 봉투 수사가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문병욱(60) 회장의 자금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 쪽에 흘러 들어간 사실을 파악한 검찰이, 자금 출처뿐 아니라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힐 수 있는 단초도 마련했기 때문이다.
돈 봉투 전달 과정에 김 수석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박 의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41) 모 의원 보좌관을 시작으로, 캠프에서 재정ㆍ조직을 담당했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거쳐 김 수석으로 이어지는 보고 라인에 주목했지만 당사자들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의 수도권 원외조직을 담당했던 안병용 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김 수석을 소환할 근거를 찾아낸 것이다.
안 위원장도 김 수석에게 보고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고명진-조정만-김효재' 라인 수사에서 막힌 물줄기를 '구 의원-안병용-김효재' 라인에서 찾아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캠프의 보고 체계와 돈의 줄기는 경로만 다를 뿐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로 돼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수석을 소환할 근거는 당초 고승덕 의원의 진술로 이미 마련돼 있었다. 고 의원은 지난 8일 검찰 조사에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려주자 김효재 당시 박희태 후보 상황실장이 전화를 걸어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수석과 박 의장의 사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의장 신분을 각각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이날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공보ㆍ메시지 업무를 담당했던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과 고명진 보좌관을 소환 조사했다. 또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도 불러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 캠프에 유입된 돈의 성격을 캐물었다.
문 회장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장 측에 건너간 돈은 2008년 2월 경기도를 상대로 낸 양평TPC 골프장 영업허가 취소소송과 관련해 박희태ㆍ이창훈 법률사무소와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지불한 수임료"라고 주장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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