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휴대폰을 바꾸는 이용자들은 분실이나 도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정부가 휴대폰 기기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입하는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가 분실폰이나 불법 복제폰(다른 사람의 주민번호 등을 도용해 개설한 것으로 일명 대포폰)에는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가 대포폰과 분실폰 사용을 막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 제도란 이동통신업체에서 판매할 수 없는 휴대폰의 기기식별번호(IMEI)만 등록해 놓고, 등록되지 않은 휴대폰은 아무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이용자가 기존 사용하던 유심(USIMㆍ범용이용자식별모드)카드만 다른 스마트폰에 갈아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블랙리스트 제도와 반대로, 이통사에 IMEI를 등록한 휴대폰만 사용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이용자의 자유로운 휴대폰 선택권을 제한하고 이통사들이 특정 휴대폰에 보조금을 집중하면서 마케팅 경쟁을 과열시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유럽 등에서 시행하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에서 휴대폰 개통 시 IMEI를 의무적으로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을 잃어버릴 경우 다른 사람이 주워서 유심카드만 바꿔 끼우면 찾을 방법이 없다. 특히 이를 노린 휴대폰 도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통사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한 유럽에서 대포폰과 휴대폰 도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면 이용자들이 IMEI를 따로 기록해 두거나 이통사에 별도 요청해 등록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IMEI를 등록하면 다른 휴대폰으로 바꿀 경우 IMEI를 다시 등록해야 하므로 자유롭게 휴대폰을 바꾸는 블랙리스트 제도의 의미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와 협의해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IMEI를 기록해 두거나 필요 시 이통사에 IMEI를 등록해 놓는 방법을 홍보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이용자들이 이런 방법을 쓰지 않으면 분실폰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소비자가 주의하는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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