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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잘 되겠지" 창업땐 낭패/ 한해 5만곳 문 열고 5만곳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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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잘 되겠지" 창업땐 낭패/ 한해 5만곳 문 열고 5만곳 문 닫아

입력
2012.01.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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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서 30년간 관리직으로 일한 김모(58)씨는 작년 초 회사를 퇴직했다. 두 자녀의 결혼 자금을 빼고 나니 전 재산은 8,000만원. 여기에 대출금을 더해 1억 원으로 왕십리에 한식당을 창업했다. 그러나 꿈이 무너지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단지를 뿌리고 이벤트도 해봤지만 손님은 없었다. 김씨는 "투자한 돈의 절반이 날아갔지만 더 까먹기 전에 결정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지난 달 문을 닫았다"면서 "막연한 생각만 갖고 식당을 차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상반기 전국적으로 매일 15개 정도의 식당이 문을 열었고, 그만큼의 식당이 또 문을 닫았다. 번화가든 혹은 동네 상가든 신장개업 간판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몇 달도 못돼 주인이 바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먹는 장사는 손해보지 않는다'는 막연한 생각에, 또는 TV에서 나오는 '대박 나는 맛집'장면에 현혹돼 너도 나도 식당을 열지만 정작 생존율은 모든 업종을 통틀어 최악에 가깝다.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곳이 바로 식당이다.

30일 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 문을 닫는 식당수는 4만7,000여곳. 전년대비 40% 가량 증가했다. 작년에는 더 늘어 상반기에만 2만6,615개 식당이 폐업했다. 연간으로는 5만개가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을 연 식당은 더 많다. 창업음식점 수는 2009년 2만9,000여개에서 2010년 5만6,000여개를 급증하더니 작년 상반기에도 2만8,000여개가 오픈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음식점 수는 전국적으로 약 59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식당은 사실상 포화상태다. 아무리 외식을 많이 해도 이 정도 식당이 다 유지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포화상태인데도 자꾸 식당이 생겨나니까, 결국 진입한 만큼 퇴출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신규 창업자의 상당수가 50대 이상, 즉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 부머(1955~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란 점에 주목한다. 회사를 그만 뒀지만 기술도 경험도 없는 탓에, 손쉽게 '먹는 장사'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은퇴자들이 창업하는 업종은 한식당 중식당 치킨집 호프 등 '외식업'이 대부분인데, 이중에서도 일반 한식당이 가장 힘들다는 것.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1년도 안돼 문을 닫는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50대 이상 한식업 종사자"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퇴자들의 식당창업은 노후생계와 직결된 터라, 문을 닫을 경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진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퇴직금에 대출까지 더해 식당을 창업하는데 실패할 경우 무방비로 노후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문음식점 형태의 가맹점(프랜차이즈)을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의 경우 개인 독립점포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검증된 브랜드 간판을 달고 재료나 운영노하우를 본사로부터 지원받으며 장사를 하면 식당운영 초보자라도 실패확률이 그만큼 낮아지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레드오션'인 식당의 포화상태는 달라지는 게 없어, 근본적으론 식당개업 자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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