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선물투자금으로 수백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이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된다. 유ㆍ무죄를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횡령 동기 부분을 두고 검찰과 최 회장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최 회장 형제의 횡령 동기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유ㆍ무죄는 물론 양형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투기성이 강한 선물투자에 빠져 급전이 필요했던 오너가 회사 돈을 끌어 썼다는 '도덕적 해이' 부분을 재차 강조할 방침이다. 최태원 회장의 공소장 대부분도 범행 동기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회사 자금을 빼돌릴 이유가 없었고, 상여금 부분은 계열사로부터 갹출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는 전략이다. 최 회장 측은 이미 21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한 상태다.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금 규모와 용처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검찰이 최 회장 형제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조커'로 꺼내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공방을 염두에 두고 공판준비기일을 3차례 정도 열어 쟁점 정리와 증거, 증인 채택 등 절차상 준비를 마친 후 곧바로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재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큰데다, 재벌 재판에 으레 제기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심리제 방식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도 세웠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합의재판부 회의를 열어 SK그룹과 연관이 있는 재판부를 자체적으로 배제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회장은 2008년 10월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 C&C에 지시해 회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리고, 계열사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39억원을 개인 경비로 사용하는 등 총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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