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대기업 개혁 총선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그제 이른바 재벌세와 10대 그룹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 역시 비대위를 통해 금명간 불공정거래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재벌개혁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야의 경쟁은 공정 경제 주장으로 총선 표심을 흡수하려는 안간힘이다. 하지만 반(反)기업정서에 편승한 무리수가 많아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될 정도다.
민주당의 재벌세는 당 내에서조차 거센 반발을 샀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공약이다. 이 공약의 핵심은 모기업이 자회사에게서 받은 주식 배당금을 소득에 포함시키거나, 대출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살 경우 대출금에 대한 이자 비용을 세법상 비용 항목에서 제외해 기업의 세금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재벌세라는 표현으로 반기업 정서를 자극한 데 대해서는 이용섭 정책위의장조차 "매우 부적절한 용어"라고 할 만큼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중과세 문제나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커 자칫 '안되면 말고'식의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역시 여야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임금 상향 조정 정책도 설익은 공약이 될 공산이 크다는 비판이 많다. 정치권에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가 되게 올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웬만한 대기업에서 동일 사업장 비정규직 임금은 이미 정규직의 80%에 육박했고,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 인상을 원청업체에 부담시키는 건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우리는 경제 시스템의 공정성 회복이 시대적 요구임을 누차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의 어설픈 반기업정서 자극은 공연한 반동을 불러 시스템 개혁에 오히려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과세 강화나 공정거래 관행 정착, 중소기업 보호 육성 및 노동 관행 개선 등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주요 개혁 사안들이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은 개혁 성공을 위해서라도 '표퓰리즘' 충동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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