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학생의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신감 있게 써내려간 좋은 글이다. 물론 아직 글쓰기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표현상ㆍ형식상의 허점은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며 배움이 계속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점들이기에 현재 큰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단점의 지적보다는 먼저 내용상 장점들에 대한 칭찬을 하고 싶다.
일단 이 학생의 글은 제시문인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긴 후 거기에 대한 뚜렷한 자기의 주장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그 논점을 글의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선행학습의 단점, 그와 관련한 자율고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훌륭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제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두 가지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제시문 파악도 정확했다고 칭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대하여 자기 생각의 이유나 근거를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태도가 훌륭하다. 이러한 태도는 만약 그 이유나 근거들이 타당할 경우, 자신의 주장을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로 보이게 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인다. 글의 중간 부분에서 학생은 선행학습이 학교 수업에의 집중력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과 학교 정상수업에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에 대한 각각의 이유를 효과적으로 제시하였다. 첫번째 주장의 경우, 선행학습은 자신이 실제로 내용을 이해하고 있지 못함에도 "수업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알고 있다"라고 착각하게 함으로써 학교 수업에 대해 나태한 태도를 갖게 한다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두번째 주장 역시 선행학습이 '자기주도적 공부'가 아닐 경우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거나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연관성 있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만약 뒤에 나오는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이나 필요성을 이 주장 뒤에 바로 이어 제시했다면 글의 흐름과 효과의 측면에서 훨씬 타당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칭찬하고 싶은 점은 비판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시문에서 언급한 자율고들의 행태에 대하여 그것이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지 비판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학교의 역할에 대해 '자기주도적 학습 분위기 조성'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좋다. 더욱이 그 '자기주도적 학습'이 앞서 제시한 선행학습의 문제점에서 비판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논리적 일관성을 가진다. 이상과 같은 점들은 학생이 중학교 1학년임을 감안할 때 대단히 훌륭한 장점들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앞부분의 절반가량은 신문 기사를 요약한 것으로 보이는데 첫 단락과 둘째 단락의 주체가 구별되지 않은 점이 혼동을 줄 수 있으니 고쳐야 한다. 그리고 이 글이 더 훌륭해지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공부'가 전제로서 명확히 제시되면 더 좋다. 잠시 언급되어 있긴 하지만 '공부는 맹목적으로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배운 부분을 고민하여 완전히 이해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는 점을 전제로 해 두면 선행학습을 비판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선행학습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배운 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맹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이 문제'라고 설정하게 되면 논의가 더욱 구체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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