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말을 잇지 못했다. 소감을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카일 스탠리(25ㆍ미국)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짧게 답했다.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스탠리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근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ㆍ7,569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골프사(史)에 남을 통한의 대역전패를 당했다. 우승을 차지한 브렌트 스니데커(32ㆍ미국)를 한 때 7타 차로 앞선 상황에서 빚어진 '참사'였다. 3라운드를 5타 차 선두로 마쳤을 때 이미 현지 중계진은 "4라운드에서 큰 실수만 없다면 우승은 스탠리의 차지"라는 전망을 내 놓을 정도였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속설이 떠오르는 골프 경기였다. 마지막 18번 홀 티 박스에 올라설 때도 스탠리는 스니데커를 3타 차로 앞서고 있었다. 더블보기를 범해도 우승은 스탠리의 몫이었다.
티 샷과 두 번째 샷까지도 실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탠리의 비극은 그린을 향한 세 번째 샷에서 비롯됐다. 홀컵을 약간 지나친 그린에 볼을 떨어뜨렸고, 백스핀도 제대로 걸렸지만 볼이 멈추지 않았다. 백스핀의 탄력을 받고 볼은 한 없이 굴러내려가 해저드에 빠져 버렸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긴 했지만 1벌타를 받고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려도 2퍼트로만 마무리하면 우승에는 문제가 없었다.
두 번의 퍼트만 남겨 놓은 상황. 심호흡을 가다듬은 스탠리의 첫 번째 퍼팅이 홀컵 1.2m 근처에 멈춰 섰다. 내리막이라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볼은 애석하게도 홀컵 왼쪽으로 흐르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들어갔다. 먼저 4라운드를 마친 스니데커는 미디어 센터로 이동해 인터뷰까지 마친 상태였다.
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 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기록해 승부를 내지 못한 둘은 16번 홀(파3)로 옮겨 2차 연장전을 벌였다. 먼저 티 샷을 한 스탠리의 공은 홀과 14.3m 떨어진 그린 위로 올라갔고, 스니데커의 공은 그린을 넘겨 TV 중계탑이 설치된 러프까지 넘어가 버렸다. 스탠리가 다시 우승을 눈 앞에 두는 듯 했다. 이어 스니데커는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였고, 스탠리도 긴 거리의 퍼트를 스니데커와 비슷한 거리에 갖다 놓았다. 승부는 예측불허.
가슴 졸이는 마지막 퍼트. 먼저 퍼트를 한 스니데커의 볼은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미 심리적으로 무너진 스탠리의 파 퍼트는 오른쪽으로 빗나가며 다 잡았던 첫 우승도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스니데커는 3라운드까지 스탠리에 무려 7타나 뒤진 6위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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