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외에도 한국 공연제작진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다. 후진타오가 이끄는 중국 정부가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문화 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면서 중국 각지의 공연 제작자들이 크고 작은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공연예술은 그동안 경극 등 전통극 위주여서 현대물 창작자들이 턱없이 부족하자, 한국 공연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인 연출가 이상원(51)씨를 초빙해 넌버벌 퍼포먼스 '당백호점추향'(唐佰虎點秋香)을 기획ㆍ제작한 장쑤신항연출(江蘇新航演出)문화발전유한공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화하이옌(43ㆍ華海燕) 총경리는 "중국 전통문화에 현대성과 대중적인 요소를 더해 중국의 참 모습을 알리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세계 각지의 다양한 공연을 접하던 중 한국의 넌버벌 퍼포먼스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타' 등 한국의 비언어극을 관람하면서 배우들의 뛰어난 신체 표현에 놀랐다"며 "무엇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의 연출가가 중국 문화와 쉽게 융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쑤성 우시(无錫)에서 20여년 문화기획 사업을 해온 화 총경리는 '차이나우드', 즉 중국의 할리우드를 목표로 중국 정부가 5월 문을 여는 '우시국가디지털영상산업단지' 내 353석 규모의 전용극장 무대에 이 작품을 올린다. 지난 연말부터 7일까지 550석 규모의 우시연예극장에서 프리뷰를 마쳤고 2월 10일부터 다시 한번 시험 무대를 갖는다.
공연은 명대 실존 인물인 당백호가 추향에게 반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약 70분 간 대사 없이 우슈와 마임, 경극의 요소 등으로 표현한 신체극이다.
이상원씨가 연출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조연출, 음향, 무술감독, 조명, 분장까지 모든 제작진이 한국인으로 꾸려졌다. 주인공 당백호도 한국 배우(박지훈)가 맡았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중국인의 문화 수요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여서 관객을 끌어들이려면 끊임없이 화제를 발굴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한국 배우에게 맡겼고, 당백호가 즐겼다는 전통주 두강주(杜康酒) 판매업체와 공동 프로모션도 벌일 계획이에요."
화 총경리는 "'당백호점추향'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아트마켓에서 판매가 확정돼 올해 상하이, 베이징, 충칭, 지린, 미국 시카고 공연을 한다"며 "내년엔 브로드웨이 공연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시=글·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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