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된 중국 상하이문화광장. 다소 미적지근하던 객석의 반응은 '댄싱퀸' '워터루'로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반전됐다.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터졌고, 공연장을 나가려던 관객들이 허겁지겁 자리로 되돌아왔다. 공연이 끝나고도 로비는 광고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TV광고를 보고 난생 처음 뮤지컬을 보러 왔다"는 주롱티엔(21)씨는 "다음에도 이 정도 수준의 공연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놓치지 않고 관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영국 원작을 바탕으로 중국 배우들이 연기한 중국어라이선스 버전. 그러나 무대 뒤에서 땀을 흘리는 스태프나 로비를 바삐 오가며 관객 반응을 살피는 관계자들 중에는 유독 한국인이 많았다. 국내 공연계의 큰손 CJ E&M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드라마, K팝에 이은 또 하나의 한류로 뮤지컬이 주목 받고 있다. 중국 내 뮤지컬 한류는 국내 공연팀의 투어가 아니라 한국 제작진이 참여하는 '메이드 바이(Made By)' 형태가 중심이다. 이는 태동 단계인 중국 뮤지컬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한국의 뮤지컬 창작ㆍ제작계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최초의 라이선스 뮤지컬인 '맘마미아'는 CJ E&M이 2010년 중국 문화부 산하기관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 최대 미디어그룹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와 함께 설립한 합자법인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아주연창)의 첫 작품이다. 지난해 7월 상하이 국가대극원 초연 이후 베이징 광저우 우한 충칭 시안 등 6개 도시를 거쳐 12월 상하이문화광장 앙코르 무대까지 200회 공연에 25만명을 동원, 매출액 200억원, 순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CJ E&M의 역할은 최근 10년간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뮤지컬 제작 초급자인 중국 파트너의 실패 위험도를 낮춘 것. 이번 공연에서 연출, 안무 등은 영국 스태프가 맡았지만 조명ㆍ음향 등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이 담당했다. 장비를 한국에서 공수해 와 한국인 스태프의 지휘로 운용했다.
기획과 마케팅에도 한국 인력이 포진해 있다. 9월 공연 예정인 두 번째 라이선스 뮤지컬 '캣츠'를 알리기 위해 럼 텀 터거, 그리자벨라 등 주인공 찾기 오디션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또 '맘마미아'는 7월부터 주요 10개 도시 지방 공연에 이어 2013년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아우르는 중화권 투어가 예정돼 있다.
CJ E&M은 2004년부터 중국인들의 소득증가로 문화적 욕구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중국 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공연의 주요 무대인 상하이, 베이징 등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문화산업의 성장 기반이 충분히 성숙했다. 이는 '맘마미아'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들 반응에서도 확인됐다. 이란(55), 두안윈후(60)씨 부부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외국어 공연과 달리 중국어로 공연돼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며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상하이에서 공연되는 아주연창의 다음 뮤지컬도 반드시 관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최고가 티켓은 880위안(약 16만원)이었다.
무엇보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왕천 아주연창 제작담당 부총경리는 "한국 문화산업 중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인 것과 비교해 중국은 아직 10%에 불과해 발전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성훈 CJ E&M 중국사업담당 부장은 "한국은 시장에 한계가 있어 창작 뮤지컬로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한국 제작진이 참여해 중국의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도록 중국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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