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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와 붓 치라는 얘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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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이제와 붓 치라는 얘긴 아니고

입력
2012.01.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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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좀 쓰는 한 시인으로부터 가로로 그은 획을 몇 점 받았다. 모든 글의 비롯됨이자 마무리인 그 획을 따라가다 실로 오랜만에 먹 냄새를 맡았다. 본디 죽은 물일진대 게서 꿈틀, 뭔가의 기개가 쫙 펴지는가 싶더니 내 발 끝에 힘이 딱 붙는 것이 이게 바로 연하(年賀)의 참뜻인가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 많던 서예학원 간판들 다 어디로 갔나. 초등학교 때만 해도 취미이자 특기가 서예인 친구들 꽤나 많았는데 그로부터 30년, 컴퓨터와 휴대폰이 삼시세끼 밥보다 흔해진 지금, 화선지는 고사하고 엽서나 카드를 고르는 친구들 찾기 힘든 요즘, 어디선가 손 편지라도 한 통 도착할라치면 나는 너무 기뻐 벽에 붙일 궁리부터 하게 되었다.

대부분 비영어권인 후원 아동들이 보내온 그림인지 글인지 모를 편지를 손에 쥐었을 때, 책을 보내드리면 그 책 받았다고 꼭 안도하게 해주시는 문인 어른들의 자필 메모를 읽었을 때, 절로 환히 웃는 게 바로 나더란 말이다.

물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생긴 이래 누리게 된 속도감과 효율성에 대해서는 두말해서 무엇 하리. 다만 나는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하듯 마음을 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신중한 배려가 따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누군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지 않았나. 사랑이야 냉정하고 냉혹할수록 끊기가 쉽다지만 그래도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지를 하는 건 너무 야박스러운 일 아닌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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