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권력이 미국과 향후 10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첫 정지작업에 나선다. 10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를 시진핑(習近平ㆍ59) 국가 부주석이 2월 14일 역사적인 미국 방문에 올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중미 양국의 경쟁적 상생협력관계 강화를 도모한다. 홍콩 펑황왕(鳳凰網)은 29일 중국 외교부의 핵심 멤버인 추이텐카이(崔天凱) 부부장과 마자오쉬(馬朝旭) 부장조리가 지난주 말 미국을 방문해 시 부주석의 방미 일정과 중미 협상의제 등에 대한 최종 협의를 백악관 측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래 권력 방미 의미와 관전 포인트
2010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돼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 부주석의 방미는 올해가 중미 국교정상화 4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의 방미는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우뚝 선 중국과 미국의 향후 10년 관계 설정에 중요한 척도가 될 뿐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소신과 강단을 갖춘 시 부주석이 경쟁적 상생협력관계 발전을 위해 과연 미국과 어떻게 교감하고 어떤 소통 능력을 발휘할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그의 방미를 앞두고 시 부주석 특유의 온화하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어떻게 미국에 알리고 향후 중미관계를 위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은 시 부주석 방미에 앞서 추이텐카이 외교부부장 등 외교부 특별팀을 구성, 최근 한달 사이에 두 차례나 미국에 보내 시 부주석의 방미 일정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한 의제 조율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뤄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 당시 보다 오히려 시 부주석의 방미에 더 공을 들이는 느낌이다.
그의 이번 방미는 2002년 5월 후진타오 당시 부주석이 그 해 11월 공산당 총서기 선출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된다. 당시 후 부주석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미간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연합(EU)의 채무위기 등을 거치며 글로벌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하는 중국의 위상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시 부주석은 16일 열린 중미공동성명 발표 4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듯 향후 중미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발전 방향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양국관계 발전의 기초는 상호 핵심 이익에 대한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 핵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ㆍ중국의 주도권 다툼, 위안화 환율, 중국의 인권 등 최근의 여러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향후 10년의 중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그의 소신과 포용적 리더십이 이번 방미기간에 어떤 식으로 연출될지가 관전포인트다.
광범위한 국제현안 논의
시 부주석은 14일 미국 수도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및 기타 고위 당국자와 만나 이란 및 북한의 핵 개발과 그 제재 문제, 위안화 절상문제, 무역갈등, 유럽 재무위기에 대한 공동협력 방안 등 글로벌 현안과 지역 현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보이는 양국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양측의 개인적인 친밀도를 높이면서 향후 협력 증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협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뤄진 중국과 미국의 첫 정상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눈길이 간다.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과 위안화 환율문제 등에 보다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시 부주석이 과연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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