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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사법불신/ 부러진 화살에 곽노현 재판까지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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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사법불신/ 부러진 화살에 곽노현 재판까지 '몸살'

입력
2012.01.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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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가장 큰 버팀목은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버팀목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나꼼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선거법 위반 등 정치사건은 물론이고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 파문 등에서 보듯, 일반 형사사건까지 재판부 판결을 배척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신풍조는 시위나 계란투척 같은 물리적 실력행사나 영화 소설 등 감성적 수단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사법부 권위를 더욱 존중해야 할 검찰마저도 '화성인 판결'이라고 조롱하는 판이다. 판결은 법률과 증거에 입각한 법관의 양심에 따라 내려진다는데 왜 갈수록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권위주의 시대 이후로 여전히 고압적인 재판부 자세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판결을 무조건 믿고 승복하라'는 강요 앞에서 '사법부는 아직도 우리 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는 "무죄 변론을 하려는 변호사한테 오히려 피고인에게 죄의 인정을 설득하라고 권하는 판사가 과연 자신의 판단을 피고인에게 납득시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판중심주의(구술중심주의) 도입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법정 기록 공개는 고사하고 판결문조차 불성실한 경우가 많다. 이는 재판부의 판단에 법적 잣대 외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하는 이유다. 강재섭 부산대 법학교육대학원 원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당사자로서는 과정이나 이유까지 정확히 알아야 납득할 수 있다. 증거조사나 채택 등 재판부의 판단을 알려주는 측면에서 판사가 판결문이라도 세부적으로 쓰는데 공을 들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절차에 대한 불복 절차가 없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법률에 대한 위헌성 여부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판단을 받고, 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다시금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심급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의 김명호 전 교수처럼 재판 증거와 증인 채택에 있어 '알아서 판단하겠다'는 판사의 말에 불복하는 당사자를 구제할 제도가 없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변호사)는 "법률 해석은 법관의 전권이고, 증거 판단 역시 판사의 자유 심증이라는 이유로 구제의 길을 막아 버렸다. 당연히 제도권 밖에서 영화를 만들거나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판결 자체에 대해 헌법재판소 제소가 가능한 독일 등 외국의 경우에는 다양한 구제 수단이 있다.

물론 정치사건의 경우 보수ㆍ진보, 좌우 세력과 언론들이 판결을 입맛대로 이용해 불신을 조장하는 술수가 작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죽산 조봉암 선생과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자에 대한 사형선고 등 소위 정치권력에 부합해 '사법 살인'을 저지른 사법부의 원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판사들이 정치편향성을 드러내거나 '시정잡배나 씀직한 비아냥'으로 스스로 권위를 깎아 먹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는 아직 자신들의 논리와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한다거나 납득을 구한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소통 기구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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