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해 11월 말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경량자동차 부품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현존하는 금속 중 가장 가볍고 진동 흡수 능력과 열 전도 능력이 뛰어난 마그네슘으로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자동차의 성능은 향상시키면서도 무게를 줄여보기 위해서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초경량 마그네슘은 2018년 관련 세계 시장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철강만으로는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만큼 마그네슘, 니켈, 망간 등 유망한 미래형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 관련 연구 조직을 '헤쳐 모여'했다. 배터리, 모터, 제어장치 등 3대 핵심 기술을 각 차종 마다 따로 개발하던 것을 '배터리 팀', '모터 팀', '제어장치 팀'으로 개편한 것.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시너지를 얻기 위해 조직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재정 위기로 글로벌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위축되지 않는다. 경기가 위축되면 투자를 아예 끊고 좋아지면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냉ㆍ온탕식' 투자는 사라졌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0년대 초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불황을 넘겼지만, 정작 미래 경쟁력 확보에 소홀했던 탓에 2008년 금융위기 때 몰락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위기일수록 미래투자만큼은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특히 2차 전지 등 미래형 소재 관련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미국 콘티넨탈과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구자영 사장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핵심 소재로 셀을 만드는 작업은 SK가 모듈, 팩, 배터리제어시스템(BMS)은 콘티넨탈이 맡는다. (LG, 삼성보다 늦은) 후발주자이지만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보통신(IT) 기기에 널리 쓰이는 2차전지는 앞으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그 무게 중심이 옮겨질 전망.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0년 1,000만 대(현재 140만대)까지 커지고,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 역시 그 규모가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시장 1위의 LG화학은 충북 오창의 세계 최대 규모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에 2013년까지 2조원을,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 공장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 김반석 부회장은 "2015년까지 시장 점유율 25% 이상, 매출 4조원으로 1위 자리를 굳히겠다"고 밝혔다. 2008년 9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 독일 보쉬와 SB리모티브라는 합작사를 만든 삼성SDI는 미국 빅 3와 컨소시엄을 구성, 고용량 전기배터리(40kwh)를 개발 중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 개발도 한창이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중대형 양극재 공장을 가동 중이고, GS칼텍스는 지난해 JX-NOE(옛 일본석유)와 음극재 생산을 위해 합작법인을 세웠다.
전자업계에선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아몰레드ㆍAMOLED) TV가 대세다. '꿈의 TV'로 불리는 아몰레드 TV는 기존 LCD TV에 비해 동영상 응답 속도가 200배 이상 빠른데다, 색상과 선명도도 뛰어나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CES 2012)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주력 제품으로 55인치 아몰레드 TV를 내세웠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삼성은 비메모리인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7조원 이상을 투자했을 정도이다. 시스템반도체는 D램 및 플래시메모리 등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제작되는 범용형태가 아닌 반도체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476억 달러인데 비해 시스템반도체는 2,398억에 달할 것"이라며 "부가 가치나 시장 규모를 따지면 메모리반도체는 비메모리에 견줄 바가 못 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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