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과 관련한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 편지' 작성자 신명(51)씨가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혀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으로 출국해 현재 미국 체류 중인 신씨는 29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홍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가짜 편지를 직접 들고 기자회견까지 한 만큼 그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를 상대로 편지 입수 경위, 가짜인지 알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준씨는 "신명 형제가 가짜 편지를 만들어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신씨와 신씨의 형 신경화(54ㆍ수감 중)씨를 지난달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최근 김씨와 신경화씨를 조사했지만 신명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를 못하고 있다. 검찰은 신명씨에 대한 조사를 마쳐야 사건 관련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명씨는"몸통은 놔두고 나를 먼저 조사한다면 결국 꼬리 자르기 수사가 돼서 배후 규명에 실패할 것"이라며 "홍 전 대표 조사가 이뤄지면 다음날이라도 바로 입국해 조사를 받겠지만, 끝내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로에 나설 수밖에 없다. 폭로 시점은 총선 직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편지 작성을 사주한 배후에 대통령 친인척과 정권 실세가 개입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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