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남자들'이 속절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OO대군', '왕OO' 등의 수식어를 달고 현정부 실세로 부상했던 이들의 정치적 입지가 정권 말기에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본인 또는 측근들의 비리로 검찰의 칼끝에 서 있는 실세들도 적지 않다.
친이계 내부에서도 "아무리 임기 말이면 반복되는 현상이라지만 이런 권력 무상도 따로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명박정부 창업 공신 몰락극의 서막은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구속으로부터 시작됐다. 천 회장은 청탁 명목으로 46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각각 '영일대군' '방통대군'으로 불리며 이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측근들의 비리 의혹으로 상흔을 입었다. 이들은 총선 불출마 선언과 위원장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인회의 멤버였던 박희태 국회의장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국회의장 비서실 압수수색을 당한 박 의장은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왕비서관' '왕차관'등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내리막길 역시 돌밭투성이다. 민간인 사찰 파문 등 현정부의 고비마다 야권의 공격 타깃이 됐지만 '회생'한 그는 대구에서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CN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에 입성했던 MB 측근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안국포럼' 멤버로 현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정태근 무소속 의원은 이 대통령 곁을 떠난 지 오래 됐다. 정권 초기부터 이상득 의원의 '심복'인 박 전 차관과 줄곧 권력 충돌을 빚은 이들은 민간인 사찰 파문 당시에도 현정부와 각을 세웠다. 지난달 아예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태근 의원은 CNK사건과 관련 "권력 실세가 배후에 있다"며 현정부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한때 70명이 넘는 친이계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를 이끌며 좌장 역할을 했던 이재오 의원도 힘이 많이 빠진 상태다. 최근 이 의원 주재 모임에 참석하는 의원 수는 10명을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이 의원도 이 대통령 탈당 관련 발언에 대한 반격 외엔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통일부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총선 강북 출마를 선언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일부만 이 같은 몰락극에서 한발 비켜 서 있을 뿐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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