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 미뤘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예정대로 추진하자 행정안전부가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에 맞춰 공공요금을 인상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던 행안부가 갑자기 제동을 건 것에 대해 일각에서 '4월 총선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행안부가 27일 시에 대중교통요금 인상 자제 요청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관련, 시 관계자는 "지난 5년 간 버스ㆍ지하철 누적 적자로 인한 요금 인상요인이 심각한데다 환승 할인이 연계돼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지난해 말부터 요금 인상을 단행해 (행안부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도 다음달 1일 여수엑스포 관련 정부 부처ㆍ16개 시도지사 회의에서 교통 요금 인상 자제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한다.
행안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교통요금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늦추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총선(4월)이 있는 올해 상반기를 피하려는 행안부의 의도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 추진은 지난해 11월 경기ㆍ인천의 버스요금 인상과 보조를 맞추지 못해 오히려 뒤늦은 상태"라며 "행안부가 지난해에는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연초에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시가 경기ㆍ인천과 보조를 맞춰 요금 인상을 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교통요금과 관련해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딴죽만 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서울시 지하철 적자의 근본 원인인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비용에 대한 재정부담은 하지 않으면서 인상 요인이 충분한데도 제동을 거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2억2,100만 명이 무임승차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연간 손실액은 무려 2,228억원이나 된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시의 한해 지하철 당기순손실(4,786억원)의 거의 절반(46.6%)에 달하는 셈이다.
박원순 시장도 9일 중기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하며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로 1년에 2,000억원 정도 손실을 보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무임승차 손실분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 노인 무임승차 비용 부담 문제는 행안부 소관이 아니라 개입을 안 했다"며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행안부는 지난달에는 올해 지방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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