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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MBC 김재철 사장님, 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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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MBC 김재철 사장님, 뭐하세요?

입력
2012.01.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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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극 '해를 품은 달'이 지난주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조선 왕의 가상 로맨스를 그린 정은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초반 아역들의 열연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지난 26일 8회 방송에서 시청률 31.7%를 기록했다.

MBC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긴 것은 2년여 전 방송한 '선덕여왕'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청률 40%의 고지를 향해 무섭게 질주 중"이라는 등 자화자찬 자료를 연일 내고 있는 MBC의 행태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기자들이 잇따른 편파ㆍ왜곡 보도에 항의해 25일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나서 간판뉴스마저 달랑 15분만 방송하는 파행을 빚고 있는 터에, 잔칫집마냥 흥을 내다니….

게다가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30일부터 파업한다.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고 취재 현장을 떠난 데 이어, PD와 아나운서, 기술직 등 전 부문이 프로그램 제작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뉴스와 달리 예능ㆍ교양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전제작 된다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무한도전' 같은 인기 프로그램도 줄줄이 결방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MBC 경영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재철 사장은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시작된 25일부터 열린 일본 후지TV와의 공동행사에 참석차 출장을 떠나는 '여유'를 보였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 같은 행태만 보더라도, 그는 이미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자격을 잃은 것이 아닐까.

MBC 기자들은 지금 마이크 대신 '조롱 받는 우리 뉴스 더 이상은 못 참는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자사 뉴스"를 보며 그간 느꼈을 그들의 좌절감과 분노가 절절이 전해진다. MBC는 한때 '노영(勞榮) 방송'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컸던 조직이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없지 않았겠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내가 MBC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많았다는 얘기이며, 그런 자부심이 MBC 콘텐츠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소중한 밑거름이 돼왔다는 얘기다.

그런 기자들, 그리고 PD들이 언제부터인가 제 목소리를 잃고 고개를 숙이더니, 급기야 취재 현장에서조차 조롱 받고 쫓겨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권력의 '낙하산'을 타고 MBC에 입성한 김재철 사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전횡을 휘둘러 온 결과다. 심지어 한 시사프로그램의 PD는 제작 파행에 항의하다 눈엣가시로 찍혀 본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리로 쫓겨난 뒤 몇 달 만에 재판을 거쳐 복귀했지만 여전히 현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조롱거리도 되지 못하는 자사 뉴스의 파행에도 불구하고 MBC 경영진이 뉴스시간 축소 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파행을 방치해 기자들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일선 기자들이 대부분 제작거부에 동참했지만, 데스크급 이상 간부들을 동원하면 당장은 간판뉴스만이라도 15분짜리 단신성 뉴스를 면할 수 있는데도 이런 비상수단조차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그동안 그래왔듯이 기자들이, 노조원들이 제 풀에 지칠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돈 벌어 오는 예능 프로그램들마저 결방 사태를 빚어 시청자들이 아예 채널을 돌려버린다면, 어쩔 작정인가. 김 사장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었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최측근의 비리 의혹에 휘말려 스스로 물러났다.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은 이 참에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김재철 사장, 그리고 김인규 KBS 사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그들이 답해야 할 차례다.

이희정 문화부장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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