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매주 일요일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집집에서 나온 쓰레기가 태산처럼 쌓여가는 걸 볼 때면 전국의 아파트 수가 얼마나 되는지 뜬금없이 가늠하게 된다. 별것도 아닌데 헤아려지지 않는 쓰레기의 양이라니…. 오늘을 놓치면 일주일간 내 집이 더러운 꼴을 봐야 하는 탓에 파자마 바람의 남편들도, 고무장갑 낀 아내들도 속속 잰 걸음으로 분리수거장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런 그들 곁을 말없이 맴도는 한 사람, 그러니까 경비 아저씨. 청소는 기본이거니와 분리수거용 마대자루가 꽉 찰 때마다 쌀 포대 묶듯 그 입을 조여 켜켜이 쌓는 일이 일요일마다 아저씨에게 주어진다. 그곳에서 나는 꽤나 신중해지는 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쓰레기를 버리려다 누군가 무심코 버린 참치 캔 뚜껑이 그만 봉투를 뚫고 내 다리를 스친 적이 있었던 것. 흰 양말 위로 흐르는 피는 두렵지 않았으나 그날 이후 꿰맨 자리를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던 나는 어느 날 쓰임에 따라 무기일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한 분리수거장에서 손에 붕대를 감은 아저씨를 보았다.
누군가 깨진 유리병을 공병 포대에 한 가득 쏟아 부었다고 했다. 붕대 위로 피와 더불어 색색으로 번져가던 각종 음료 무늬들, 대체 이 아저씨가 왜 지금 플라스틱 포대에서 유리병을 건지고 유리병 포대에서 플라스틱을 골라내야 하냔 말이지.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도덕이라는 교과서를 발로 읽어온 것도 아닌데.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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