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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오차의 범위'전/ 시각예술이 까발리는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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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오차의 범위'전/ 시각예술이 까발리는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

입력
2012.01.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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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에 대한 갈증은 '나는 꼼수다' 열풍을 통해서만 표출되지는 않는다. 젊은 예술가들의 정치ㆍ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거침없는 표현은 예술계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진실에 관심을 가져온 서울, 부산, 광주의 작가 17명의 작품 90여점이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내달 12일까지 이어지는 '비밀, 오차의 범위'전에는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아트, 키네틱 조각, 사진 등 시각예술의 거의 모든 장르가 망라됐다. 아르코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세 공공미술관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순회전으로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처음 개막했다. 서울 전시 후에는 광주로 이어진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 온갖 전자기기로 세상은 이미 전자파 범벅이지만 보이지 않기에 대개는 그 위험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김영헌 작가는 핵, 방사능, 전자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위험한 것들을 캔버스 위에 물결치는 두 가지 이상의 형광색으로 그려냈다. 김윤아 작가의 설치작품 '비'는 마치 허공에 드로잉하듯 하얀 실로 우산 형태를 엮어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실재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4대강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비판적인 작품도 있다. 20여개의 삽을 두 줄로 세운 작품 옆에는 오르골처럼 손잡이가 달려있다. 손잡이를 힘껏 돌리면 삽이 나무 바닥에 닿으면서 퉁탕거리는 공사현장 소리를 낸다.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을 견디려면 득도의 경지에 도달해야 하는 걸까. 김성우 작가는 이 작품에 '지식인을 위한 득도 보조기구'라는 제목을 붙였다.

사회 굴레에 갇힌 인간 존재를 유인원이나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박종영 작가는 사람과 닮은 벌거벗은 목각인형을 누인 채로 줄에 매달았다. 관람자가 버튼을 누르면 인형은 허공에서 몸을 움직인다. 잠시 동심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버튼에 따라 달라지는 위태롭고도 어색한 움직임을 보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김이산 작가의 '정답 없는 선택' 시리즈는 모든 인간은 사육된다는 전제 하에 인간을 원숭이에 빗대어 표현한다. 새장 옆에서 한 손에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짓는 원숭이 대신 사람을 그려놔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전시 주제는 다소 철학적이지만 참여 작가의 시각이 각기 다르고 그만큼 표현도 다채로워 흥미롭다. (02)760-4850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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