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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3.0,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팔다/ (상) 영화 스튜디오 짓고 멀티플렉스 열고…한류가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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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3.0,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팔다/ (상) 영화 스튜디오 짓고 멀티플렉스 열고…한류가 진화한다

입력
2012.0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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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달렸다. 인적이 드문 곳에 관공서 비슷한 건물 네 개를 거느린 콜로아 스튜디오가 나타났다. 영화 촬영소 특유의 활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관리들의 얼굴엔 활기와 자신감이 넘쳐났다. 콜로아 스튜디오가 지닌 잠재력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다가왔다.

콜로아 스튜디오는 통일 이전 북베트남 시절부터 베트남 영화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1959년 건설됐으나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돼 오래도록 방치돼 왔다. 고도 경제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베트남 정부는 동남아시아의 영상 허브를 꿈꾸며 2억달러(2,200억원)를 들여 2015년까지 이곳 약 1만2,000㎡에 대규모 촬영시설을 짓겠다는 프로젝트를 최근 발표했다.

일본 굴지의 영화사 도에이(東映)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과 미국 거대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 중심의 컨소시엄, 중국 문화성까지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스튜디오 종합설계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건 한국 회사 비나코 엔터테인먼트였다. 대형 프로젝트를 모두 제어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은 셈이다. 구재준 비나코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시공 입찰과정에서 한국업체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업체가 해외 스튜디오의 종합설계를 맡게 된 건 콜로아 스튜디오가 처음이다.

한류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드라마와 K팝이 동남아시아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데 이어 국내 스태프들과 대중문화 인프라까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콘텐츠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뒤 결국엔 제작 노하우와 스태프, 문화 인프라까지 수출하는 문화상품의 선진국형 진화 과정을 한류도 밟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가 '메가스타' 브랜드로 지난달과 이달 각각 호치민과 하노이에 새로 문을 연 멀티플렉스도 한류의 업그레이드를 상징한다. 최근 지어진 대형 몰에 각각 둥지를 튼 두 극장은 한국형 서비스로 베트남 관객들을 맞고 있다. 미국ㆍ베트남 합작회사로 출발한 메가스타는 베트남 영화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CGV는 지난해 인수한 이 극장 망을 통해 매년 한국영화 6편 이상을 개봉할 예정이다. 최유환 CGV 전략기획팀장은 "다양한 CJ E&M의 콘텐츠를 보여주며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도 최근 하노이 랜드마크관을 완공하며 CGV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영화로선 베트남 진출을 위한 안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 충무로 중견 허진호, 곽재용 감독의 잇따른 중국영화 연출도 한류의 확장과 궤를 함께한다. 중국으로부터 연출 제의를 받았다 거절한 한 중견 감독은 "중국 영화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연출력을 지닌 감독은 많지 않다. 역사적 앙금이 많은 일본보다 한류로 신뢰감도 쌓인 한국 감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국영화 '집결호'의 전쟁 장면을 만들어낸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 팀은 지난해 말 개봉한 '마이웨이'의 화려한 비주얼로 중국 제작사들로부터 다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 인프라와 스태프의 수출은 한류 1.0과 한류2.0이 발판이 되었다.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형 인프라와 스태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이들의 시장 진출도 용이하게 된 것이다. 구재준 대표는 "워너 브러더스 등과 상대해야 한다 했을 땐 사실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 등 한류가 만든 한국산에 대한 강한 믿음이 수주에 큰 도움을 준 듯하다"고 분석했다.

● 한류 3.0

드라마가 일으킨 한류 1.0, 최근 K팝 주도의 한류 2.0을넘어 새로운 문화 전파 유형인 한류 3.0 이진행되고있다. 인프라와 스태프의 해외진출은 한류의 바닥을 다지고 한류의 전달 폭을 더욱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노이=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영화 행정도 한류

"20년 전에는 한국영화도 별 볼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배우와 감독이)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고 있다. 비결이 무어라 생각하나." "한국영화아카데미는 한국 청년도 들어가기 힘들다는데 미얀마 학생을 초청할 의사는 없나." "미얀마에 와서 단기 특강을 좀 해달라."

지난 13일 오전 미얀마 양곤의 세도나 호텔은 한국 영화인들을 향한 질문과 요구로 뜨거웠다. 미얀마는 연간 500편 이상의 비디오영화가 만들어지는 곳. 콘텐츠 시장의 활력이 한층 커지면서 미얀마 영화인들은 선진 영화기술과 영화 행정에 강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외교통상부와 아세안의 후원으로 지난 9~13일 베트남 하노이와 양곤에서 개최한 '영화를 통한 하나의 아시아' 행사는 한국 영화 행정이 또 다른 한류의 주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행사는 아직 영상위원회 같은 기구가 없는 베트남과 미얀마에 영상위원회의 개념과 운영 노하우 등을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영상위원회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 섭외 등 영상물 제작에 필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폐쇄적 대외관계를 벗어나 관광객 유치에 발벗고 나선데다 그 중 하나로 영화 촬영지 제공에 관심을 두고 있는 베트남과 미얀마로선 절실한 조직인 셈이다.

이번 행사에서 영화아카데미 교수인 김태균 감독은 영화아카데미의 운영과 교육 방법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영상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다뤄 주목 받았다. '왕의 남자' 등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검열 등 규제 철폐가 한국영화의 부흥을 불렀다"는 내용 등이 담긴 특별강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하노이 행사를 공동주최한 베트남 문화관광부의 누고 퐁란 영화국장은 "한국은 우수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행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2003년 아시아 지역 영상위원회 연대 기구인 AFC넷 창립 이래 계속 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오석근 위원장은 "영화 행정 불모지에 영상위원회가 설립되면 결국 한국 영상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하노이=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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