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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 "술김에 읽은 시나리오…많이 본 듯한 '아저씨'에 필 꽂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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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의 최민식/ "술김에 읽은 시나리오…많이 본 듯한 '아저씨'에 필 꽂혀"

입력
2012.01.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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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VIP시사회에 참석했다는 그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분명 그는 시사회 뒤풀이에서 호탕한 웃음으로 잔을 숱하게 부딪쳤을 것이다. "집에서 늦게 나와 요기를 못했다"면서도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기분 좋아 보인다고 하자, 그는 "간만에 반응들이 참 좋더라"며 눈가 주름을 깊게 접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개봉(2월2일)을 앞둔 최민식을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에두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곧바로 쏟아내는 그는 여전히 뜨거운 남자였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등장 인물들이 숱하게 사용하는 대사 "살아있네"는 그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말일 것이다.

최민식은 비루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 최익현을 연기했다. 부산 세관의 말단 공무원이었다가 비리로 옷을 벗은 뒤 폭력조직 언저리를 맴돌다 거물 브로커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권력의 중심부에 서지 못하면서도 권력의 단맛을 알고, 권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이 허풍기 가득한 남자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감추고 싶은 자화상이다. 깡패와 검사 사이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갖은 연과 뒷돈을 지렛대 삼아 호시탐탐 권력과 부를 탐한다. 살아남기 위해 여자와의 드잡이도 서슴지 않는 사내지만 가족들에겐 방파제 같은 인물이다. 삶의 페이소스가 그득한 최민식의 얼굴을 빌려 최익현은 현실이란 옷을 입는다.

윤종빈 감독과 술잔을 기울이다 최익현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나중에 읽어봐 달라기에 술김에 줘 봐라 해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장편 소설책 정도로 두툼했다. "중구난방으로 이 시기 저 이야기를 오가는데도 죽죽 읽혔고 희한하게 뒷부분에서 내용 정리가 되는" 시나리오였다. 최민식은 바로 윤 감독을 만났다.

"시나리오가 무척 디테일했어요. 그래서 다짜고짜 물어봤죠. 아는 사람 이야기냐고. 부친이 경찰 고위 간부라서 어린 윤 감독에게 사람들이 수표로 용돈을 준 적이 있었나 봐요. 아버지가 부산 세관에 근무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외제 전자제품을 본 기억도 있고. 어린 시절 추억의 잔상을 어른이 되어 영화로 표현하려는 모습이 참 대견했어요. 그래 한번 해보자 했죠."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을 "무늬만 누아르이자 깡패영화"라고 말했다. 대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는 부패와 비리의 추잡한 이면을 웃음으로 풀어보려 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누가 봐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저씨 최익현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도 했다.

"익현은 수다스럽고 허세도 많고,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엮으려는 성격도 강한 인물이죠. 남자들은 가족 먹여 살리려 자신도 모르게 손에 똥을 묻히게 돼요. 그렇게 쭉정이가 된 사내들 보면 짠하잖아요. 비리는 정당화 될 수 없지만 그런 사내들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영화는 바라보죠."

최민식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4년 가량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발해 훈장을 반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고, 대부업체 광고 출연 때문에 적잖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 셔터를 내린 기간이었고 쓸쓸한 시기"였다고 표현했다.

"지금은 마음이 괜찮아요. 제가 다혈질이어도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단순해요.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제 진심을 사람들이 못 알아줘 답답하기도 했지만 일일이 이해시킬 수도 없잖아요."

2009년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로 "다시 셔터를 올린" 그는 "이젠 정말 꼼꼼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주연급 조연급 그런 지위에 얽매이는 건 촌스러운 생각이죠. 연기자는 연기 잘하면 되지요. 서로가 다른 작품에서 (조연으로) 제대로 해주면 전체 영화 질이 좋아질 거예요. 그러면 흥행도 잘 되고 투자도 잘 돼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거지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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