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지송'.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별명 가운데 하나다. 평소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해온 이 사장이 예고 없이 현장에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자 당황스러웠던 직원들이 붙인 별명이다. 이 사장은 사흘에 한번 꼴로 현장을 찾는데 대부분 예고 없는 방문이며, 주말에도 직접 운전을 해서 현장을 들러본다. 이 사장은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됐던 21일에도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남 세곡지구를 '불쑥 방문'했다. 이 곳은 강남 최초의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며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세곡지구를 둘러보며 이곳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개념의 신도시를 제시해, 과거 성냥갑처럼 획일적인 아파트를 짓는 주택개발의 시대를 매듭짓겠다는 생각이 옳았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높아진 경제 수준과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이젠 다양한 주택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앞으로도 아파트 위주의 개발이 불가피하겠지만, 이제 아파트단지도 이웃과 정서를 공유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 전통 마을의 구조를 되살릴 수 있도록 개념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LH공사의 보금자리주택이 그 첨병이 될 것입니다. "
이 사장은 2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향후 주택 공급의 다양화 필요성과 달라질 보금자리주택의 미래상에 대해 오랜 시간 자신의 구상을 펼쳐놓았다. 이 사장은 "4인 가족 개념이 희미해지고 1ㆍ2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에 맞춰 주택에도 다양한 설계가 마련돼야 하며, 실내ㆍ외 공간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도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세곡지구는 이 같은 고민을 담아 개발단계부터 이전 택지개발과 많이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LH의 주택 다변화의 바람은 벌써 시작됐다. 고급타운하우스 건설과 한옥형 아파트 개발에 이어 스튜디오형 설계도 선보였다. 이를 반영한 집도 3월께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송파ㆍ석촌동에 시범사업으로 공급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이 사장은 시범사업 결과를 참조해 송파 위례신도시, 하남 감북 보금자리지구, 강남 세곡지구, 서초 우면지구 등에도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이 사장이 주공ㆍ토공의 통합공사 출범을 지휘한지 올해로 3년차를 맡는다. 지난 2년은 천문학적 부채를 가진 '공룡 기업'을 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구조조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등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이 사장은 강조했다. 축소하기만 했던 인력도 올해엔 통합공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규채용을 통해 보충한다.
그는 "예산 집행 능력을 고려치 않고 무분별하게 계획을 잡은 사업들을 조정해서 이제 없앨 것은 대부분 없앴고, 인력 구조조정도 당초 계획했던 로드맵에 따라 대부분 이뤄졌다"며 "8부 능선을 넘은 경영정상화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선순환 사업체계를 갖춰 놓는 것이 남은 내 소임"이라고 밝혔다. 올해 10월이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사장은 "10월 이후에는 그 동안 격무로 지친 건강을 챙기고 아내의 평생 소원인 만리장성 관광도 나설 것"이라며 연임 가능성을 부인했다.
최근 130억원에 달하는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스톡옵션을 포기해 세간에 화제가 된 것에 대해 묻자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이 사장은 "스톡옵션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아내와 두 딸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다"며 " 공직자가 스톡옵션을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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