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롱런하고 있는 비결은 중요한 순간에 항상 빛을 발한다는 점이다. 특히 강팀과의 경기에서 유독 좋은 활약을 펼친다. 28일 밤(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1~12 FA컵 32강전에서 박지성은 펄펄 날았다. '산소 탱크', '파워 엔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1개월여 침묵하던 득점포도 작렬했다. 90분 내내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박지성은 승자가 돼지 못했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측면은 물론 미드필드 중앙까지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다. 0-1로 뒤진 전반 37분에는 '원샷원킬'의 결정력을 과시했다. 오른 측면을 파고 든 하파엘이 엔드라인 직전 어렵게 크로스를 올렸고 골지역 오른쪽에서 쇄도하던 박지성이 오른발 하프 발리 슛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지난해 12월 27일 위건 애슬레틱(5-0)과의 경기 이후 1개월여 만에 터진 시즌 3호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후반에도 우세한 경기 내용을 보였지만 1-1로 맞선 후반 43분 디르크 카윗에 결승골을 허용하고 1-2로 패배했다.
박지성의 'FA컵 징크스'가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박지성은 2005년 맨유 유니폼을 입은 후 EPL과 칼링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지만 FA컵에서는 트로피를 안지 못했다. 박지성은 경기 후 구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도 이기지 못해서 화가 난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었고 리버풀에게 골을 내줬다"고 패배를 아쉬워했다.
이날 패배로 박지성의 득점포 필승 공식도 깨졌다. 28일 리버풀전 이전까지 박지성이 골을 터트린 26경기에서 맨유는 25승 1무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성이 시즌 막판 팀의 전력 중추로 기용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애슐리 영과 루이스 나니, 대런 플래처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중요한 승부처에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리버풀전 활약으로 증명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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