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광명시 평생학습 "얼쑤~살맛나네"
알림

광명시 평생학습 "얼쑤~살맛나네"

입력
2012.01.29 06:33
0 0

“덩더쿵 덩더쿵, 얼~쑤”

지난 26일 오전 11시 경기 광명시 철산동 광명평생학습원 4층 강의실. 우리춤연구회 회원들이 전통춤 연습에 한창이다. 오랜 시간 손을 맞춘 듯 경쾌한 추임새 속에 동작 하나하나가 나는 듯 가볍다. 땀을 뻘뻘 흘리던 성영학(63ㆍ자영업)씨는 “젊어서 너무 바쁘게만 살았는데 이제야 남과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동아리는 양로원, 고아원 등을 찾아 한 달에 두 번 정기 공연을 한다. 프로에 비해서는 조금 모자라지만 그렇다고 서툰 아마추어도 아니다. 나름대로 팬들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 모임은 특히 공연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1996년 결성돼 광명시 동아리들 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오름영상단은 맏이다운 실력을 자랑한다. 50~60대 아줌마들의 원숙한 시각으로 지역사회의 소소한 이야기를 매년 한두 편 영상으로 담아낸다. 한 회원은 며느리의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힘든 과정을 담아내 출산에 대한 안이한 사회인식에 경종을 울렸고, 또 다른 회원은 옥상 텃밭을 가꾸면서 건강과 정서가 어떻게 회복되는가를 영상으로 증명했다. 길거리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소외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 영상도 있었다. 이 동아리는 7년 전 ‘광명역 이대로 좋은가’라는 고발 프로그램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 하나 없는 광명시가 동아리의 천국으로 뜨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민 동아리만 146개, 활동 인원은 1,700여명에 달한다. 웬만한 종합대학 저리가라 할 정도다.

광명시에 이처럼 동아리들이 넘쳐나게 된 것은 1998년 평생학습원을 설치하면서부터다. 시에 대학이나 변변한 평생학습시설이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저렴한 수강료를 무기로 만든 평생학습원이 인큐베이터가 됐다. 하루 2시간씩 장소를 대여해주고 우수동아리로 선정되면 강사료와 재료비도 보조한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2005년 54개이던 동아리가 2006년 116개로 늘었고, 2010년에는 200개를 넘어섰다.

동아리들은 어학이나 취미 등을 목적으로 한 것도 많지만 70% 정도는 취미와 봉사를 병행하고 있다. 요들송 가족동아리 알프스의 양강희 회장은 “매주 금요일 회원들이 가족단위로 모여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요들송 연습을 한다”면서 “가족이 모두 모여 화음을 맞추다 보니 가족문제는커녕 그 흔한 부부다툼도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 공연에 나서는 이들은 관객에게 가정화목에 대한 노하우까지 전수해주고 있다. 결론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대화를 많이 하라’는 것이다.

광명시의 동아리들은 이제 두 번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양적인 팽창에서 질적인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시 학습원은 지난 2년 간 3개월마다 동아리 활동을 점검해 70여개를 정리했다. 또 동호회의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아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학습원 연간 예산의 60%를 강사료로 쓸 만큼 동아리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종화 학습원 네트워크팀장은 “동아리 둘 중 하나는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데, 많은 동아리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생력을 갖춘 것 같다”면서 “동아리들이 유기적으로 운영되면서 광명이라는 지역사회에 따뜻한 지성과 감성이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 동아리 회원은 “우수동아리로 선정돼야 연 70만원 정도의 지원비를 제공받는데 이는 우수 강사를 초청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라며 “욕심이지만 좀더 전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비를 대폭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광명시가 선도적으로 평생교육시설을 조성하고 동아리를 육성한 것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시민 동아리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해도 광명시 동아리의 앞날을 밝다. 지원이 적은데도 1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자생력과 성장 발판을 갖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봉사활동이 가미되면서 회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자각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광명=이범구기자 ebk@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