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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세뱃돈으로 받은 상품권… 그 속에 숨겨진 3가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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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세뱃돈으로 받은 상품권… 그 속에 숨겨진 3가지 비밀

입력
2012.01.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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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물 가운데 하나가 상품권이다. 통상 주요 백화점과 제화업체 등이 대거 발행하는데, 일부 업체들은 수 천만원어치 상품권을 제작해 직원 보너스로 주거나, 접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상품권이 생긴 사람들은 백화점 등에서 쇼핑하거나 외식을 할 때, 호텔에서 계산을 하거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자연스레 꺼내 들기도 한다. 돈이 궁하면 상품권 거래점에서 가격을 할인 받아 현금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사실상 제2의 화폐처럼 쓰이고 있는 상품권이지만 누가 얼마나 발행하는지, 또 얼마나 사는지 알려져 있는 건 거의 없다. 연간 발행 총량을 집계하는 기관도, 그런 통계가 작성된 적도 없으니 실체는 베일에 가려 있다. 상품권의 미스터리를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알아봤다.

누가 얼마나 발행하나

사실 상품권은 누구나 발행할 수 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과 관련한 거의 모든 규제가 사라졌기 때문. 1만원권 이상 상품권에 대해 인지세를 내기만 하면 된다.

널리 유통되는 상품권은 주로 백화점ㆍ마트 상품권, 주유상품권, 제화상품권, 도서ㆍ문화상품권, 외식상품권 등이고 신용카드 회사가 발행하는 기프트카드도 사실상 상품권이다.

매년 엄청난 양의 상품권이 발행되지만 총 발행 수량이나 금액은 아무 곳에서도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지세를 받긴 하지만 직접 인지를 하나하나 붙이는 방식이 아닌 상품권에 일괄 인쇄하고 발행사가 나중에 합산해 신고하기 때문에 얼마짜리 상품권을 얼마나 발행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 백화점ㆍ마트 상품권과 일부 주유상품권을 인쇄하는 조폐공사 관계자도 "백화점 상품권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부를 인쇄하기 때문에 권종별 인쇄 매수를 일일이 더하면 집계가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한 적이 없어 통계가 없다"고 밝혔다. 상품권을 조폐공사에서 인쇄하지 않는 정유사들은 해외 업체에서 상품권을 인쇄해 온다. 인쇄비가 조폐공사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굳이 해외 업체에서 인쇄하는 이유는 발행 및 사용규모가 집계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있다.

유일하게 발행금액이 집계되는 상품권은 기프트카드다. 2010년 기프트카드 발행 금액은 총액 2조5,000억원이었고 이중 2,900억원이 미사용잔액으로 남았다. 일반적인 상품권은 액면가의 80% 이상 사용하면 현금으로 거슬러 주지만 기프트카드는 직접 해당 은행이나 카드사 지점을 찾아가야 거스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5년인 유효기간이 끝나면 낙전수입은 고스란히 카드사의 손에 넘어간다.

왜 발행하고, 왜 사나

상품권을 사고 파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로 "돈을 직접 주기 민망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들 수 있다. 부모님께는 '현금'이 최고 선물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현금을 바로 주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권 발행자와 구입자는 그 외 다른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일단 상품권 발행자는 회수 전까지 무이자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혹시라도 상품권이 사용되지 않을 경우 낙전 수입까지 얻을 수 있다.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입한 사람이 액면가 이상의 물건을 산다면 추가 매출까지 올릴 수 있다.

구입자는 어떤 이익을 얻을까? 1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사는 행위는 엄밀히 말해 '손해'다. 명동 상품권거래점에 가면 5% 싼 가격에 팔리는 상품권을 제값 다 주고 산데다, 현금으로는 무엇이든 살 수 있지만 상품권으로는 그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량 구매를 하는 기업들은 다르다. 백화점들은 명절 전에 수 천만원어치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는 고객에 대해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주고 있다. 물론 이렇게 대량 구입하는 고객들은 거의 모두 법인고객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5,000만원어치 구매하는 법인 고객에게 200만원어치 상품권을 더 주는 식으로 이벤트를 했는데, 이렇게 하니 해당 기업에서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 중 일부가 덤으로 받은 상품권을 회사에 주지 않고 본인이 가져가버리는 사건이 생겼다"면서 "최근에는 법인에 카드를 만들어주고 상품권 구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명절 보너스를 주는 대신 상품권을 나눠줄 경우 회계상 '급여'가 아닌 '복리후생비'로 처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상품권의 진짜 가치는?

상품권은 환금성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액면가 100%의 가치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상품권은 거의 액면가만큼의 가치로 유통되는가 하면 어떤 상품권은 그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값에 유통되고 있는데, 이는 수요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또 발행 기업이 수요에 비해 얼마나 많은 수량을 발행하는지에 따라 상품권의 가치가 달라진다.

할인율이 가장 낮은 상품권은 주유상품권으로 할인율이 1~2%에 불과하다. 백화점상품권은 3~4% 할인해 팔리며, 외식상품권은 발행처에 따라 5~10%로 할인율이 다양하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에 비해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할인율이 약간 높은데 이는 이마트의 점포 수가 많고 전국에 걸쳐 있어 발행 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명동 상품권 거래점이나 인터넷 상품권 거래소 '티켓나라' 등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품권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도 일종의 화폐인 만큼 발행기관의 공신력과 유통 편의성, 수요 공급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며 "분명한 것은 현금으로 커버하기 껄끄러운 다양한 영역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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