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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사회 물 좀 먹었지만 의사·교사 꿈 갈증이… 학원가 '노장의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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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사회 물 좀 먹었지만 의사·교사 꿈 갈증이… 학원가 '노장의 U턴'

입력
2012.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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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북의 M대학입시학원 교실. 약 99㎡정도 돼 보이는 종합반 교실에서 올해 대학을 낙방한 60여명의 학생들이 '유예된 일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앳된 얼굴 사이로 연륜이 묻어나는 얼굴들이 드문드문 섞여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20대 중반 이후 뒤늦게 대학 문을 두드리기로 마음 먹은 이른바 '만수생(晩修生)'이다. M학원 관계자는 "최근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공부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20ㆍ30대 사회 초년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안정적 직업이 보장되는 의대나 교대 등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입시학원을 찾는 경우가 1~2년 사이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손 놓고 있던 공부를 다시 하려니 힘들 법도 한데, 만수생들은 모두 자율학습 종료 시간인 저녁 10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창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대학을 가기로 결심한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올해 나이 스물여섯인 서모씨는 2006년 2월 고교 졸업을 앞두고 남들 보다 일찍 사회에 진출해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올해 다시 대입 수험서를 펼쳤다. 고교 졸업 때는 생각도 못했던 학력 콤플렉스 때문이다. 서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2010년부터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할머니가 1979년 시작해 부모님이 경영하던 불고기 전문점을 물려받아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맛집으로 소문나 장사도 잘 됐다. 그러나 그의 나이를 아는 거래처와 단골손님들이 별생각 없이 던지는 "어느 대학에 다니냐"라는 물음이 문제였다. 그는 "필요성을 못 느껴 대학에 안 갔다고 밝히면 갑자기 상대방 표정이 어색해지는 게 점점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법조인을 꿈꿔 서울 중상위권인 C대학 법학과에 다녔던 이모(25ㆍ여)씨는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9년 11월 아버지가 미국 출장 중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진로를 변경하게 됐다. 당시 이씨는 2학년을 마친 뒤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위독해 온 가족이 미국으로 가 병간호를 하는 과정에서 의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으로 현재 부축을 받으면 거동할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향후 변호사 과잉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차라리 조금 늦더라도 의사가 되는 게 낫겠다고 결심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이들 중 뜻하는 바를 이루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만수생을 분석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수험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입시학원가의 분석이다.

우선 만수생 대부분은 의대ㆍ치대 등 전국 1% 내외의 최상위권 수험생이 지원 가능한 학과를 지망하는 경우가 많아 합격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여자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교대도 재도전 첫 해에 합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15년째 대입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장모(40)씨는 "지도해 본 교대 지망생들은 비정규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20ㆍ30대 여성 직장인이 많은데, 보통 2~3년간 공부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6년까지 공부하는 수험생도 봤다"고 전했다. 수시로 변하는 교육ㆍ교과과정ㆍ입시제도도 만수생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반면 대입 J학원 박모 과장은 "대학이나 직장에서 습득한 지식이 (수능 준비에) 도움이 된다"며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재도전하는 의지도 매우 강해 뒤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성모(37)씨는 서울 K대학 국문과를 나와 유명 출판사에서 수년간 일하다 2007년 서른 둘의 늦은 나이에 교대에 합격, 올해 정식임용을 앞두고 있다. 그는 "절박한 상황에 몰려 주말과 공휴일에도 학원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공부하니까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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