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엔 청둥오리, 고니 같은 겨울철새들이 장관을 이뤘는데, 올해는 영 보기 어렵네요."
27일 경기 여주군 여주읍 여주대교 인근 남한강변. 예년 같으면 철새들이 수백 마리씩 무리지어 날아다니며 장관을 연출했을 이 곳에는 청둥오리 예닐곱 마리만이 물 위를 떠 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강 건너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십여 마리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을 뿐 강 상ㆍ하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흘렀다. 강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이모(59)씨는 "먹이인 물고기가 줄어든 탓인지 단골손님(철새)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겨울이면 남한강변에서 군무(群舞)를 선 보이며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철새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천연기념물인 왜가리와 원앙, 오리, 흑두루미 등 20여종의 철새들이 겨울을 보내던 곳이었는데 신륵사 주변 등 남한강 주류에서 겨울을 나던 철새들이 사라졌고 일부는 지천으로 숨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철새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은 이포보, 강천보 등 4대강 건설사업으로 인해 강변 생태계가 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준설공사 때문에 강변 모래가 사라지고 야구장과 축구장 등 공원이 조성되면서, 수심이 얕은 습지에서 수초와 물고기 등을 먹던 철새들이 먹잇감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겨울철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했던 것도 한 요인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철새 개체수가 많이 감소했다는 객관적인 연구자료나 수치가 없는데다 원인도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예단하기엔 이르다"며 "전문 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여주=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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