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은 요즘 감독 얼굴을 모르는 팬이 어디 있겠냐 마는 문외한의 눈에는 노장 선수쯤으로 보이는 감독들도 적지 않다.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같은 모자를 쓰기 때문일 것이다.
유니폼에 윈드 브레이커와 선글라스를 더하다
야구의 본 고장인 메이저리그의 공인 야구규칙을 보면 '동일 팀의 모든 선수는 같은 색깔과 산뜻한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고 돼 있다. 감독에 대한 유니폼 착용의무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모든 감독들이 유니폼을 입는 이유는 야구가 처음 생겼을 당시만 해도 주장이 감독을 겸임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은 보통 '바람막이'라고 부르는 윈드 브레이커를 즐겨 입는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실용을 중시하는 최근 감독들의 성향 때문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 한대화 한화 감독, 김시진 넥센 감독 모두 활동적이면서도 산뜻한 윈드 브레이커를 선호한다. 단 반드시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었던 김성근 전 SK 감독은 예외였다.
선글라스도 선택을 넘어 필수가 됐다. 베테랑 감독부터 초짜 사령탑까지 전부 선글라스를 쓴다. 이들은 일종의 가림막으로 선글라스를 이용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표정 읽힐 일이 적으니 일희일비와 거리가 멀어야 하는 명장 이미지에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덕아웃에서 작전을 낼 때 은폐 용도로도 으뜸이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과는 달리 윈드 브레이커를 입지 않는다. 보통은 유니폼을 착용하며 동계용 라운드 티셔츠를 유니폼 위에 덧입는 감독들이 많다. 2009년까지 롯데 지휘봉을 잡았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도 한국 무대에서 동계용 라운드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격식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감독들이 점퍼와 유니폼만을 착용한다. 예외도 있다. 노무라 가쓰야 라쿠텐 감독은 점퍼 안에 반 소매 바람막이 셔츠를 입는다. 준수한 외모를 자랑하는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경기 전 유니폼을 깔끔히 다림질해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농구는 정장이 기본 공식, 자유롭게 입는 축구 감독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예외 없이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야구 감독과는 달리 다른 종목의 감독들은 정장을 기본으로 하되 비교적 자유롭게 옷을 입는 편이다.
프로농구 감독이라면 '농구장=정장차림'은 기본 공식이다. 규정에는 없지만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다. 프로농구 대회요강 제 22조에는 '공식경기 중 감독과 코치는 정장(드레스셔츠에 넥타이 또는 터틀넥 스웨터)이나 한복을 입는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하면 감독은 경기 중에 양복이 아닌 한복을 입어도 된다.
그러나 실제로 한복을 입고 벤치에 등장하는 감독은 없다. 몇몇 구단이 명절 등 특별한 날에 감독들에게 한복을 입는 '팬 서비스'를 권유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 성사된 적은 없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양복 7벌 이상, 드레스셔츠 15여 개를 갖고 있다.
야구와 농구에 비해 축구는 상당히 자유롭다. 딱히 복장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정장이나 편안한 차림의 트레이닝 웨어를 선호한다. 펩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이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정장으로 옷 맵시를 뽐낸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당시 마이클 맥카시 아일랜드 감독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유니폼에 축구화, 스타킹까지 착용한 채 벤치를 지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구와 함께 겨울스포츠의 양대산맥으로 자리한 배구에서도 감독들은 정장 차림으로 코트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전 지시가 유독 많은 배구 감독들은 재킷은 걸치지 않고 드레스 셔츠와 넥타이만을 맨 채 코트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은 보다 치밀한 전술을 짜기 위해 리시버를 항상 귀에 꽂고 코트에 서 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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