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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격 사퇴/ 왜 물러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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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격 사퇴/ 왜 물러났나

입력
2012.01.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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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한번도 자리를 바꾸지 않은 유일한 장관(급)인사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숱한 퇴진공세를 받았으면서도 이 대통령의 '멘토'란 별명답게 연임까지 성공하는 건재를 과시했고, 결국 세간에선 "정권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계속 불거지는 악재들,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최측근의 비리연루의혹은 결국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말았다.

최 위원장이 가장 믿었던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이 도리어 화근이 된 건 아이러니다. 정 전 보좌관은 홍보회사를 운영하며 최 위원장과 인연을 맺은 뒤 '양아들'로 불릴 만큼 사이가 각별했다. 최 위원장은 2008년 방통위 직제까지 바꿔가며 그에게 방송연구담당(4급) 직책을 부여했다. 정 전 보좌관은 방통위에서 '위원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실세로 부상했고, 각종 정책과 인허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횡령으로 구속된 김학인 방송예술원이사장이 정 전 보좌관에게 억대 금품을 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 위원장에게도 불똥이 튀는 분위기였다.

정 전 보좌관은 지난해 10월 개인사업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뒤 현재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는 상황. 지난 25일 귀국한다는 얘기도 돌았지만, 결국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에 대한 의혹은 계속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 위원장은 의혹이 제기됐을 때 물러나면 마치 비리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김학인 이사장에 대한 검찰기소에서 정 전 보좌관이 관련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다음 홀가분하게 사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자리를 지키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애초 취임 때부터 "방송전문가도 아니고 통신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랩, 지상파방송-케이블사업자 분쟁 등 취임 이후 현안과 추진정책마다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측근비리 문제까지 불거지자 여권 내에서도 "최 위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너무 부담을 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도 이미 열흘 전부터 거취문제를 심각히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종 사퇴결정이 자의였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청와대측은 "이 대통령이 최 위원장의 사의를 만류했지만 본인 의사가 워낙 강해 아쉬워하며 수용했다"고 말했지만, 이미 여권 내에선 그의 경질을 심각히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최 위원장의 존재 자체가 '악재'로 평가되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도 "말 못할 얘기가 많다"고 말해 사퇴까지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최 위원장은 물러났지만 이걸로 모든 게 끝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귀국하지 않고 있는 정 전 보좌관의 문제나 재임 중 추진했던 종편 정책 등은 향후 얼마든지 논란거리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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