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사퇴성명을 발표하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서너 번 정도 울먹였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지만 성명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억울하다'는 톤이었다.
성명서 낭독이 끝난 뒤 기자들이 "측근 비리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쏟아냈으나 최 위원장은 "고별사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만 말했다. 또 "말은 또 말을 낳는다. 말은 참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 듯하게 만든다. 여러분의 상상력으로 재해석을 해달라"고 말해, 자신과 무관한 비리소문 때문에 물러나게 됐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최 위원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도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현재 소신과 심경은 변화가 없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했다. 이후 일체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채 위원장실로 올라갔다. 방통위원장을 4년간 재임한 최 위원장의 퇴임성명 및 기자들과 문답은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 위원장의 사퇴 발표를 TV로 지켜본 방통위 직원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어차피 올 것이 왔다는 반응들이었다. 다만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서 놀라는 눈치였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정권 임기 말까지 재임할 것으로 봤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의혹과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4월 총선 이 끝나면 물러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제 최 위원장이 일부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사퇴 언급은 전혀 없어서 오늘 발표 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장기 재임한 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퇴진을 거론하자 방통위는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때문에 최 위원장의 퇴진이 오히려 조직안정과 정상적인 업무추진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권임기가 사실상 1년도 남지 않았고 ▦종편 등 최 위원장이 추진한 정책을 놓고 야당 공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새 위원장이 임명되더라도 청문회와 업무파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방통위는 정권 말까지 '개점휴업'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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