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초 신화도 링에 오를 땐 다리가 후들거려요"
'코리안 좀비'정찬성(25ㆍ코리안탑팀)은 이종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는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페더급 경기에서 마크 호미닉 선수를 훅 한방에 KO시키면서 이종격투기계의 신화로 떠올랐다. 경기 시작 7초만이다. UFC에서 한국 선수로는 김동현 양동이 등 3명이 활약하고 있고 한국계 일본 귀화선수로 추성훈이 있다. 이종격투기의 원래 의미는 레슬링 킥복싱 합기도 태권도 등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실전 대결을 하는 것이지만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해서 싸운다는 특징이 있다. 이종격투기 선수는 일종의 '전문 싸움꾼'인 셈이다. 정찬성은 신장에 비해 팔과 다리가 유난히 길어 이종격투기 선수로는 타고난 신체조건을 가졌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얌전하고 순박한 소년 같은 이미지다. 싸움이 먹고 사는 방편이자 취미라는 그를 만났다.
-7초 만에 이겼을 때 기분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정말 좋았다. 상대가 워낙 강했고 내가 다칠 수도 있었던 선수였다."
-큰 상도 받았는데.
"지난해 3월 달에 트위스터라는 기술로 이겼는데, 그걸로 전세계 MMA(Mixed Martial Artsㆍ종합격투기) 시합 중에서 제일 멋있는 서브미션 기술상을 받은 거다. 실은 이번 KO승보다 이게 더 큰 거다. 동양인은 이런 거 한 적이 없다. "
-용어가 생소하다. MMA나 서브미션은 뭔가.
"MMA는 종합격투기다. UFC가 종합격투기의 대표 단체다. 메이저리그가 UFC(세계 3대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인 셈이다. 서브미션은 조르기나 암바(지렛대 원리나 중력을 이용해서 거는 기술) 같은 거다. 상대를 넉아웃시키는 게 KO승이고, 상대 항복 받는 게 서브미션이다."
-프로입문 이후 승패는.
"12승 3패다. KO패 한 번 있고 KO승은 세 번이다. 솔직히 타격을 좋아하는데, 서브미션승이 7번으로 더 많고 판정승이 2번이다. 판정이 많으면 재미 없다."
-주로 미국에서 경기를 하나.
"맨 처음 국내에서 하고 그 다음 일본, 미국 순이다. 미국시장이 제일 크고 일본이 두번째다. 우리나라는 시합하는 단체가 하나밖에 없다. UFC가 미국 단체다. 종합격투기 하는 사람들 꿈이 UFC가는 거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체격조건이 밀리지 않나.
"어차피 같은 체중이다. 같은 급이면 크게 상관없다. 골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체급으로 어느 정도 맞춰져 있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은 뭔가.
"맞아도 굴하지 않고 계속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비라는 게 원래 겁도 없고 되게 좋은 의미다."
-마크 호미닉과의 경기서 훅 한방에 KO시켰다. 7초 신화다.
"라이트 훅이다. 공식기록은 7초다. 정확히 딱 맞는 느낌이었다. 귀랑 턱 사이였다. 그냥 쓰러지더라."
-조지 루프에게는 왼발 한방에 당했다.
"그 때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코피도 나고 여기저기 찢어졌다. 맞고 기절했다. 서 있는 상태에서 정신이 풀려 넘어지면서 얼굴이 내 무릎에 맞았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병원에 실려갈 때 기억이 난다.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더라."
-맞을 때 대비하는 훈련도 하나.
"처음에는 가드를 올리지 않고 막 싸웠다. 하지만 얻어맞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많이 보완했다."
-원래 싸움을 잘했나.
"중학교 때 키가 크지 않았다. 이모가 킥복싱장, 합기도장으로 데려갔다. 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합에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수가 돼 있더라. 공부도 안했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다. 경북과학대에 입학하면서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다."
-소질 있다고 생각했나.
"좋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UFC 나가는 게 쉽지 않다. 성적이 좋거나 이슈(화려한 KO 승 등)가 되어야 갈 수 있다. 지금 한국 사람은 김동현, 양동이 등 3명 밖에 없다. 내 자랑 같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열악한 격투기 조건에서 UFC 간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인기도 없고 어른들은 싫어한다. 불모지다. 단체도 하나밖에 없다. 있던 것도 다 망했다. 굴層湧?돈 벌 데가 없다. 일본 원정 가서 한 경기당 50만~ 100만원씩 받는다. "
-미국은 대우가 좋나.
"최소가 500만원이고 이기면 100%를 더 준다. 지면 500만원 받고 이기면 1,000만원 받는 거다. 보너스라는 게 있어서 300만~400만원이 더 붙는다. 매 시합마다 4명 선수를 뽑아 KO, 서브미션, 최고의 경기 등의 타이틀을 붙여서 거의 1억원씩 준다. 몇 번 경기하면 팍팍 뛴다. 유명해지면 몇 억원씩 받을 수 있다. 한 번 뛰는데 2억~3억원씩 받는 선수들도 있다. 페이버뷰(시청한 프로그램마다 돈을 받는 유료케이블TV) 시장이 있다. UFC가 페이퍼뷰로 돈을 번다. 많게는 1,000억원씩 된다. 메인 이벤트급 선수가 나오면 100만 건이 팔리는데 거기서 일정비율을 프로 선수한테 준다. 많게는 20억~30억원씩이다. "
-서양 사람들과 싸울 때 팔다리가 짧아서 불리하지는 않나.
"나는 팔다리가 길다. 키가 185cm 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타고 났다. 복을 받은 거다. 승리의 원동력일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거다."
-부모님들은 뭐하시나
"어머니는 장사하고, 아버지는 경비원이다. 아버지는 포항제철 다니다 그만 두셨다. 집이 잘 살지는 못한다. 내 걱정도 많이 하신다. 이번에는 다치지 않아서 좋아하셨다. 하지 말라고도 많이 하신다. 전화하면 항상 안 다쳤냐고 물어본다. 외아들이기도 하다."
-훈련은 하루에 얼마나 하나.
"아침에 1시간, 점심때 3시간, 저녁에 1시간 등 총 5시간이다. 중간에 먹고 쉬다 연습하고 한숨 잔다. 내 몸을 단련한다는 생각보다 상대를 어떻게 이길까, 어떤 기술로 이길까를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
-링에 오르기 전 느낌은.
"아무 생각도 안난다. 그냥 멍하게 오른다. 미국 무대는 관중이 2만 명이다. 엄청 떨리고 다리도 후들후들 한다. 2만 명 앞에서 싸우는 게 쉽지 않다. 다들 나만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관중이 1,000명 정도다."
-가장 기뻤던 때와 힘들었을 때는.
"시합 이길 때 마다 기쁘다. 최근 KO승 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 힘들었을 때는 KO로 졌을 때다. 회의감도 들고 '왜 이 일을 하나, 한심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종 격투기를 하는 이유는.
"남자 같아서다. 길거리에서 막 싸운다고 남자는 아니다. 경찰에 끌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격투기는 합법적인 거다. 세계 무대에서 싸운다. 남자의 로망이라고나 할까, 돈도 많이 벌고, 좋아하는 싸움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보통 사람과 싸우면 몇 명 정도 상대할 수 있나.
"한꺼번에 2~3명은 이길 것 같다. 술 취한 사람들은 더 많아도 된다. 그래도 밖에서 싸운다는 생각은 안한다."
-본인의 장단점은.
"신체조건이 좋다. 단점은 기술을 내 방식대로 바꾸는 것이다. 안 되더라도 될 때까지 해봐야 되는데, 잘 안될 때는 자꾸 바꾼다. 그리고 힘이 좀 약하다. 팔이 길다 보니 당기는 힘이 약하다. 그런 부분은 보완을 해야 될 것 같다."
-선배들이 도움을 주나.
"일단 김동현 선수가 미국 가는 길을 터줬다. 그가 먼저 가서 내가 갈수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에 격투기 선수가 있는 줄도 몰랐을 거다. 추성훈 선수까지 치면 4명이다. 추 선수는 귀화 일본인이다. 최두호 선수는 내가 왔던 길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한두 번만 잘하면 UFC 올 수 있는 선수다."
-평소 성격은 어떤가.
"얌전하고 내성적이다. 사람들이 시합만 보니까 무섭겠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주말에는 친구들 만나고 술도 먹는다.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산다. 담배는 안 피운다."
-시합에서 운이 작용하나.
"훈련이 안 받쳐주면 운이 안 따라준다. 훈련을 많이 하면 링에 올라가서 자신감이 생긴다. 근데 훈련이 안되면 자신감이 죽는다. 링에서 티가 난다. 훈련량이 적으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소극적이 된다. 훈련량이 많으면 '다 쏟아붙자'는 마음으로 한다. 찰나에 승부가 갈리는 거니까 잠깐 망설이면 끝이다."
-미국 무대에 텃세는 없나.
"미국 관중들은 그런 게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시합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무대는 무조건 한국인 일본인으로 편을 갈라 응원한다. "
-아픈 곳은 없나.
"다 병신이다. 손목도 수술해서 지금 재활하고 있다. 이번엔 어깨가 안 좋다. 무릎 인대도 그렇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격투기 선수들이 한 군데 이상 아프다. 레슬링 선수, 복싱 선수 등은 특정한 곳이 아프지만 격투기는 이것 저것 다 모아놨으니까 다 아픈 거다."
-선수 생명력은.
"30대 초반 정도다. 동양인은 그 정도다. 추성훈 선수는 30대 중반이라 기량 좀 떨어지고 있다. 나는 지금이 한창이다. 격투기에서는 17살짜리와 20살짜리가 싸珥?거는 말이 안된다. 성장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야 한다. 나도 22살 때부터 몸이 확 컸다."
-킥복싱은 언제 시작했나.
"17살 때부터 했는데 K1 나가는 게 꿈이었다. 20살 때부터 종합격투기를 배웠는데 킥복싱과는 재미부터 달랐다. 킥복싱은 그냥 때리기만 하는 거지만 종합격투기는 때리다가 재미없으면 넘어뜨리면 된다. 서브미션을 걸어도 되고 지루할 틈이 없다. "
-연구도 하나.
"대학 다닐 때 그게 취미였다. 기숙사에 있을 때 이 기술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면 친구랑 같이 연습했다. 책에는 조금밖에 안 나온다. 인터넷을 주로 참고한다. 이후 실습을 하면 내 기술이 된다. 실전할 때도 많이 써먹는다. 서브미션 기술도 유투브를 보고 하다가 시합에서 써먹었다. 요즘에는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되니까 연구는 덜 한다."
-챔피언의 꿈은.
"빠르면 올해다. 한 경기 더하면 챔피언 도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다음 경기를 KO로 이기면 가능하다. 복싱은 단체가 많다. 하지만 UFC에서 일등이면 세계 최고가 되는 거다. 말 그대로 꿈이다. 옛날에는 꿈이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위치에서 보면 한 단계만 남았다. 그 산만 넘으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지금 챔피언은 브라질의 호세 알도다. 타이틀을 3년간 지키고 있는데 일년에 1~2번 싸운다. 7개 체급 중 장기집권 하는 선수 중 하나다."
-돈은 많이 벌었나
"옛날에 비하면 많이 벌었다. 더 벌어야 한다. 이제 시작 단계다. 내년에 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다. "
▦정찬성은 누구
1987년생 경북 포항 출신이다. 이종격투기 선수로 코리안탑팀 소속으로 페더급(66㎏이하)이다. 이종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는 미국의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서 뛰고 있다. 신장 176cm, 몸무게 66kg. 경북과학대 이종격투기학과를 졸업하고 경운대 사회체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2011년 월드 MMA (Mixed Martial Artsㆍ종합격투기) 어워드 올해의 서브미션 상을 받았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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