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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파키스탄 울린 천재 소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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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파키스탄 울린 천재 소녀의 죽음

입력
2012.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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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IT(정보기술) 천재소녀 아르파 카림의 죽음에 파키스탄이 울었다. 권력투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파키스탄 정치권도 소녀의 장례식이 열린 15일 하루만큼은 침묵으로 애도했다.

카림은 9세이던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MS) 국제공인전문가 인증(MCP) 시험에 세계 최연소로 합격하면서 주목받았다. 10세 때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림은 파키스탄 젊은이들의 롤모델이었다. 카림의 아버지 콜 아므자드 카림은 "많은 젊은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이 '아르파 언니처럼 되겠다'며 따랐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말라라이 유수프자이는 "카림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감명받았다" 며 "파키스탄에 카림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수프자이는 요즘 IT공부에 열심인데, 그가 살고 있는 스와트 지방은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어 여성은 거의 교육받지 못한다.

카림은 자신의 재능이 컴퓨터를 접하기 힘든 빈곤층을 위해 쓰여지길 바랐다. 그래서 컴퓨터 교육기관을 세웠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전역한 뒤 손을 보탰다. 아버지는 "카림의 관심은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데 있었다"고 말했다. 제한 아라 파키스탄 소프트웨어기업 연합회 회장은 "카림의 재능은 또래의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카림의 재능과 그것을 나누겠다는 열정이 파키스탄 젊은이들에게 놀라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카림의 소원을 끝내 외면했다. 간질을 앓던 카림은 지난달 증상이 심해져 라호르의 병원에 입원했다. 2004년 카림을 미국 본사로 초청했던 빌 게이츠 MS 창업자도 카림이 병을 고치기 위해 힘썼지만 소용없었다.

파키스탄이 슬픔에 빠진 것은 성공한 천재 소녀가 요절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업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파키스탄의 젊은 세대들에게 IT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주고, IT 학교를 만들어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잃었다는 아픔이 더 크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이제 아르파 카림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르파 키즈'에게 기대를 건다. 카림의 아버지는 "카림이 '우리 세대를 가볍게 보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는 말로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을 대신했다.

실업과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는 IT 산업이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진다. 계속되는 내전과 정치 불안, 자연재해로 산업 기반이 전무한 경제 현실에서 제대로 된 인적자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장이 가능한 게 IT 산업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리에이티브카오스의 샤키르 후세인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기술만 있으면 누구든지 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며 "인터넷은 모든 사람이 평등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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