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낭독 살롱/이동연 지음/인물과 사상사 발행ㆍ320쪽ㆍ1만6000원
"산다는 것은 멋진 일, 비록 고뇌와 배신, 거짓이 이어진다 해도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은 좋은 일. 사랑하라. 인생 최고의 보람은 그뿐이다. 가시덤불 속에서 꽃을 찾을 때 가시에 찔리더라도 손을 거두지 않으리. 사랑의 상처이니 그렇게 견디는 것이라네." (조르주 상드의 시 '상처' 중)
쇼팽과의 모성애적 연애로 유명한 낭만주의 문인 조르주 상드는 한 번 결혼한 경험이 있지만 자유분방한 연애주의자였다. 당대 문단의 보수적 성향을 조롱하듯 남장을 하고 다닌 여장부이자 수많은 연하남들과의 염문을 즐겼던 화려한 연애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쇼팽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사랑에 대한 그의 아포리즘이 마음에 와 닿는 것도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온몸으로 부대끼며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화의 연금술> 의 저자인 이동연은 <연애 낭독 살롱> 에서 22인의 실존인물 또는 소설이나 오페라 속 인물들의 대담하고 은밀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기혼이었던 마틸데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졌던 작곡가 바그너가 아픔을 달래며 만든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비극적인 사랑, 아홉 살의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고백 한번 하지 못한 채 플라토닉한 사랑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갔던 단테, 음악을 매개로 사랑과 우정 사이를 넘나들던 슈만의 부인 클라라와 브람스의 관계까지 다양한 사랑의 행각이 시공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연애> 대화의>
유혹의 기술이 탁월했던 나폴레옹의 연인 조제핀과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샤넬 그리고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 등 매혹적인 여인들의 연애 방식도 덧붙여진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로맨스의 주인공들 이야기는 새로울 건 없지만 사랑의 상처를 딛고 결실을 맺은 작품이 있어 진부하지는 않다. 책은 사교계 인물들이 모여든 살롱을 거닐 듯 뜰(전설이 된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해 연주실(음악가의 사랑), 화실(화가의 사랑), 서재(작가의 사랑) 등을 거쳐 테라스를 둘러보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 안에는 오노 요코와 존 레넌의 그 유명한 누드사진과 에곤 실레, 프레더릭 레이턴, 귀스타브 카유보트 등의 명화 40여점도 실려 살롱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에 파묻히고 돈에 쪼들려 연애조차 쉽지 않은 요즘 같은 현실에 웬 사랑타령이냐고 냉소할 법도 하다. 하지만 책에 언급된 그들은 적어도 사랑할 때만큼은 행복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랑은 답을 알 수 없는 영원한 물음표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하니까.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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