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읽다/카롤린 퓌엘 지음ㆍ이세진 옮김/푸른숲 발행ㆍ624쪽ㆍ2만5000원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나라가-유럽 23개국을 합친 것보다 더 넓고 인구도 더 많은 나라가-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대대적인 변화를 겪은 적은 없다."
중국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중국을 읽다> 의 저자 카롤린 퓌엘은 중국에서 대학 공부를 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외교관으로, 특파원으로 20년 넘게 급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프랑스 언론인이자 평론가이다. 이 책은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이 시작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그가 보고 겪고 느낀 중국의 변화상을 일목 요연하게 서술했다. 중국을>
제법 긴 서문을 통해 공산정권 수립 전후의 중국사를 개관한 뒤 그가 책에서 집중해서 보여주려 한 것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폐쇄적이고, 가난하고, 비참하며, 자신감을 잃었던 이 나라가 차츰 변이를 거듭하여 오늘날 돈과 에너지가 넘치는 강대국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는 물론 '지리적, 사회적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심하는 오늘날의 중국에 대한 논쟁과 비판'도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시기를 10년 주기로 크게 세 시기로 나눈다. 1980년대는 덩샤오핑의 주도로 개혁ㆍ개방의 물결이 밀어닥친 때이다. 중국의 거대한 탈바꿈이 시작되던 이 시기에 지식인과 대학생은 자유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마침 소련과 동구권에서는 냉전이 종지부를 찍을 참이었다. 하지만 개혁 무드 속에서도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는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의 밀고 당기는 싸움이 계속됐다. 이 10년을 마감시킨 것은 1989년 톈안먼 사태였고 그 후 한동안 중국은 뒷걸음질친다.
1990년대는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시기다. 두 번째 개혁 역시 덩샤오핑이 불을 지폈고 장쩌민과 주룽지가 그 불을 피워냈다. 사실상 시장경제가 도입되고 중국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듯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농 현상이 심해지면서 사회 갈등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고 권위적인 엘리트가 주도하는 중앙집권체제는 변함이 없었다.
2000년대는 바야흐로 중국이 새로운 천 년이라는 미래를 향해 발돋움하는 시기. 신세대 기업가들이 주도해 민간 부문의 발전이 급물살을 탔고 자산가 중산층이 형성됐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같은 통신기술에 힘입은 여론의 등장은 중국 사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올림픽이나 만국박람회 개최도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 거품이 끼고, 과잉 생산이나 피폐해진 환경ㆍ인간관계 등의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곧 차세대에 권력을 넘겨줄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터져 나오는 소수민족, 도농 격차, 노동자 문제 등을 막기에 안간힘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일관되게 작동해온 중요한 원리의 하나로 '위대한 과거의 복원'을 들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모두 중국을 강대국으로 다시 일으키겠다는 야심을 고백했듯, 중국 지도부의 사고 저변에는 동아시아 패자(覇者)였던 과거 중화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강한 집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비평을 절제하면서 중국 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정치와 외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경제와 사회는 어떤 동학으로 움직여 가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 30년이 '중국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도 아주 중요한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면, 흔한 중국 미래 전망서보다 실제 중국이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를 박진감 있게 보여주는 이 책 한 권이 더 보탬이 될 듯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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