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버린 건물.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재도구와 가구들. 근근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옥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다. 그나마 인기척이 있는 집에는 겨울철 한기를 막기 위한 포장과 차광막이 이중삼중으로 둘러쳐져 있어 바깥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해 10월 철거민을 응원하는 대학생들이 그린 그림만이 잿빛 가득한 풍경에 약간의 생기를 넣어줄 뿐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산65번지의 모습이다.
서울시는 2007년 이곳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역원을 투입, 7차례 강제철거를 진행해 원주민들을 몰아냈다. 현재 이곳에는 전체 300여 가구 가운데 30여 가구만 남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강제력에 두려워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참사 이후 일부 법개정이 이뤄지긴 했으나 비현실적 이주보상비와 강제철거는 집 없는 세입자들을 여전히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다.
가로등 불빛만 비추고 있는 상도동 산65번지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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