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직장인들은 평균 16권의 책을 읽는다 한다. 어림잡아 한 달에 1.3권 정도, 어쨌거나 대략 1권씩은 소화한다는 얘기다. 다행이다. 전년 대비 0.5권 늘었으니 출판계 최악의 불황인 걸 감안할 때 줄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할 일이니. 나 같은 경우 밥벌이를 책으로 하다 보니 월급에서 지출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단연 책값이긴 하다.
책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냐? 책장이 모자라 집안 곳곳에 기둥처럼 쌓아 놓은 책을 볼 때마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빠야 카드명세서를 고려하셨겠지만 어쩌겠는가, 명품가방을 샀을 때와 달리 책의 경우 오히려 기세등등해지는 걸. 하루는 서울의 한 지역 도서관에서 특강이랍시고 주부들과 수다를 떠는데 한 분이 이랬다.
애들에게 책 읽으라고 잔소리 엄청 하는데요, 실은 저도 싫거든요. 오십 넘으니까 돌아서면 죄다 까먹어요. 유치원 다닐 때 화랑 관창에 관한 책을 읽고 사람 이름이 화랑인지 관창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던 나, 그럼에도 신라라는 나라, 그 단어만은 두고두고 기억을 했더랬다.
그 후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신라라는 나라, 그 단어를 교과서에서 만났을 때 내가 느낀 황홀이란, 쾌재란. 손을 베였을 때 바로 사서 붙일 밴드를 기대한다면 책은 분명 남의 일이라 할 터, 언제고 탈이 날 수 있으므로 미리 사두는 소화제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 책 본연의 일이라 할 터.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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